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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받고 이름을 빌려주는 이른바 '바지사장' 중개카페가 성행하고 있지만 단속규정조차 없어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제 자신을 제공해 드립니다. 무엇이든 필요하면 기꺼이 한 몸을 바치겠습니다"
"대신 징역 살아드립니다. 가격 절충 가능합니다"
한 포털사이트의 명의도용 카페, 이른바 바지사장을 중개하는 이 카페에는 바지사장을 구하는 글과 바지사장을 원하는 사람들의 글이 쉼없이 올라오고 있다.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만 바지사장 중개카페가 줄잡아 수 십개다.
◈돈만 주면 징역도 마다안해…업종도 가지가지바지사장을 원하는 업종은 일반 식당부터 노래방, 유흥업소, 게임장 등 다양했다.
바지사장이 되는 조건으로 받는 돈도 수 십만 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가장 위험도가 낮은 사업자 등록증 대여비는 1년 사용을 기준으로 적게는 30-40만원에서 많게는 수 백만 원을 호가했다.
가장 위험한 '묻지마 바지사장'은 평균 3개월을 기준으로 1천만원에 거래됐다.
바지사장으로 나선 한 남성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위험도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며 자신의 몸값을 흥정했다.
비용을 묻자 "위험부담이 클수록 비용은 더 많이 내야 한다"며 "용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원하는 업종을 이야기하면 흥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신을 44살 신용불량자라고 밝힌 한 사람은 이 카페에 "1~2년 정도는 대신 징역도 갈 수 있다"며 연락처를 남기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월에는 경찰에 단속된 뒤 대신 조사를 받고 벌금을 대납하고, 형사처벌까지 대신받는 조건으로 바지사장을 고용한 사행성 게임장 운영 일당이 구속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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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범죄 온상…규정없어 단속 못해"문제는 경찰 등 사법기관이 바지사장카페 단속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단속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바지사장 모집 카페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근거 규정이 없어서 알고도 단속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바지사장을 내세워 범죄를 저지른 후에 단속에 나서 봤자 이미 때를 놓치게 된다"는 푸념도 쏟아냈다.
명의위장 사업자에 대한 단속과 적발, 처분은 국세청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범죄와의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하면 경찰이 명의도용 자체만으로는 검거할 수가 없다.
대포통장 거래카페처럼 포털사이트에 공조를 요청해 문제카페를 모니터링을 하고, 이에 대한 삭제를 요청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바지사장들은 매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국세청이 세원관리 과정에서 적발한 바지사장 숫자는 2007년 440건에서 2008년 894건, 2009년 1천164건, 2010년 1천154건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바지사장이 늘어났다기 보다는 (국세청이) 단속을 잘 해서 통계상으로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라는 자화자찬성 해석을 내놨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검거된 범죄자 중에 바지사장 중개카페에서 만나 공범이 됐다는 진술이 전보다 늘었다"고 말해 인터넷이 바지사장을 양산하는 산실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단속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바지사장카페에는 12일에도 '징역 대신갑니다'라는 제목으로 돈만 주면 어떤 역할이든 하겠다는 30대 남성의 글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