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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열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방통위에서 여당에게만 청문회를 대비한 질의.응답식 자료를 배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한때 정회를 하는 소동을 빚었다.
최 후보자가 방통위의 조언을 받는 수준을 넘어 '사전 연습대본'대로 한나라당과 '짜고' 청문회를 진행했다는 정황이 나왔기 때문이다.
청문회가 한창 진행 중이던 오후 4시 20분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최 후보자의 아들에 대한 부당증여를 추궁하다가 돌연 "방통위에서 이번 청문회와 관련해서 여당 의원들에게 대응차원에서 여러가지 대응과 답변자료를 배포한 적 있죠"라며 방통위 김대희 기획실장에게 캐물었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이 "여당의원들이 문의한 것에 대해 답변한 적은 있다"고 대답하자 전 의원은 "방통위가 여당에게 청문회 대응자료를 배포하면서 각 의원실에 역할 분담해서 자료를 배포했다"며 "자료를 모아서 전체를 제출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3년전에도 의문을 가졌던 정황과 내용에 대해 제가 자료제출을 요구했다"며 "제가 요청한 자료를 야당에 주는 것은 반대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야당의원들은 일제히 "인사청문회를 무력화하는 것이고 이번 청문회는 조작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자료에 불과하다는 여당 의원들의 말과 달리 전 의장이 확보한 자료는 질의.응답 형식으로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여당의원들은 최 후보자에 대한 재산 증식, 아들 증여 등의 의혹에 대해 질문을 했고 최 후보자에 이에 맞게 대답을 했다.
20분 정도 정회를 한후 자리에 앉은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최 후보자를 위해 만든 자료를 공개하며 재차 공세에 폈다.
그는 "언론장악은 지난 정권의 전유물이고 언론자유지수는 전 정부보다 낮지 않다는 식으로 질의응답으로 돼 있다"며 "'방통위가 방송인사에 개입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는 '그렇게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하고싶지도 않습니다'라는 답이 있다. 오늘 답변과 너무 유사하지 않느냐"고 추궁했다.
이어 "이 대응 문건 하나만으로도 사퇴해야 한다"며 "방통위를 어떻게 이 지경으로 만들었냐"며 질책했다.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은 "김재윤 간사가 읽어준 자료는 청문회 자료가 아니라 사전 시나리오"라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그대로 비슷하게 물어보고 비슷한 답변이 나왔다"고 가세했다.
이와 함께 청문회 도중에 방통위에서 관련 해명자료를 잇달아 배포한 것도 도마위에 올랐다.
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저는 이제껏 인사청문회를 하다가 배포된 (해명)자료를 받은 것도 처음"이라며 "자료를 통해 짜고 치는 것으로 청문회를 하면 국민들을 속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정배 의원은 "해명자료도 엉터리"라며 "증여세 탈루 의혹을 해명하면서 96년 한 해 후보자 아들이 쉰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했는데 국세청 자료를 보면 당시 아들이 세금 한푼도 안냈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도 "만약에 후보자가 낙마됐다고 한다면 방어벽을 열심히 친 부서의 공신력은 어떻게 되느냐"며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열때 해당 부서가 적극 나서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최 후보자는 이에 대해"직원들이 두번째 청문회라 잘하려 하면서 그랬던 것 같다"며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