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졸업생들이 대학 학사복처럼 가운을 입고, 교사들이 일일히 제자들에게 축하꽃을 전달하는 등 새로운 졸업 문화를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9일 오후 2시 순천 효산고등학교 강당.
호텔 연회장처럼 테이블과 의자가 배치돼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삼삼오오 함께 앉아 있고, 주변에는 형형색색의 풍선이 달려 있다.
선생님들은 일일히 제자들의 손을 잡으며 축하 꽃을 전달했고, 재학생들은 송사 대신 노래와 댄스 등을 선보이며 선배들의 졸업식을 함께 즐겼다.
이어 졸업생들은 자신들의 학교 생활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고, 자신의 꿈을 타임캡슐에 담는가 하면, 미래 명함을 제작해 사회에서의 첫 시작을 알렸다.
순천 효산고등학교 조호훈 교사는 "3년 전부터 각종 축하 공연은 곁들어 졸업생 중심의 행사로 치루며 새로운 졸업 문화를 만들어 오고 있다"며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졸업식 뒤풀이를 없애기 위해 교복 물러주기도 병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효산고의 졸업식은 단상을 기준으로 각을 맞춰 서 있는 졸업생과 그 뒤에서 까치발로 축하해주는 부모와 후배들, 그리고 송사와 답사, 상장 수여 등 일방적인 식순이 만들어 낸 일반적인 졸업식 풍경과는 좀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특히 이 날 졸업식이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다름 아닌 학생들의 복장에 있었다.
학사모만 안썼을 뿐, 대학 졸업식처럼 272명의 졸업생이 가운을 입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효산고등학교 측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시험 학교로 지정돼 6백만원의 예산을 지원 받아 가운을 구입했다"며 "매년 사용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 학교 관계자는 이어 "졸업식이 축제처럼 꾸며지다보니 자칫 행사가 가벼워보일 수도 있지만 가운을 입어서 그런지 학생들의 표정은 진지했다"고 말했다.
학생들 역시 색다른 복장 때문인지 졸업식에 대한 소회가 남달랐다.
졸업생 김혜진 양은 "3년 동안 정든 학교를 떠나 아쉽지만 가운 입고 졸업하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효산고 학생회장인 손진남 군은 "선생님들이 축시도 써주시고 그동안 고생하신 점 감사 드리고, 이제 사회 첫 발을 내딛게 되는데 열심히 해서 효산인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지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알몸 졸업식에 밀가루 뿌리기, 교복 찢기 등 물의를 빚으며 의미없이 전락하고 있는 중고등학교 졸업식이 졸업생과 재학생, 학부모와 교사의 축제로 바뀌며 새로운 졸업문화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