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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항생제에서 듣지 않는 '다제내성세균'(일명 슈퍼박테리아) 감염 환자가 9일 국내에서 처음 확인, 우리나라도 더이상 다제내성세균의 안전지대가 아니게 됐다.
아직까지 사망자 보고는 없지만 일본, 중국 등의 사례를 감안할 때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수도권의 한 종합병원에서 입원 환자 2명으로부터 NDM-1(뉴델리 메탈로 베타 락타메이즈-1) 유전자를 지닌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을 분리했다고 이날 밝혔다.
50대 남성 환자는 간질성 폐질환을 오래 앓으면서 스테로이드를 장기 복용해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였고, 또다른 70대 여성 환자는 당뇨, 화농성척추염으로 장기 입원치료를 받아왔다.
보건당국은 또 같은 병원에서 NDM-1 CRE 감염의심 환자 2명을 추가로 발견해 현재 확인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에 확인된 NDM-1 CRE는 요로감염, 폐렴, 패혈증 등 다양한 감염 질환을 일으키는 균종 등에서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획득한 세균이다.
다제내성세균 감염에 대한 경고음이 울린 것은 지난 9월 일본 한 대학병원에서 다제내성세균에 의한 사망자가 발생하면서다.
일본 대학병원에서 집단적인 사망자를 발생시킨 다제내성세균인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 등이 국내에서도 보고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가 다제내성세균의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은 그동안 끊이질 않았다.
항생제 사용량이 OECD 평균보다 높고 의사들의 항생제 처방률이 50%를 넘어 다제내성세균 노출 환자가 상대적으로 많을 것으로 의료계는 내다봤다.
폐렴 사망자의 상당수가 다제내성세균에 감염에 따른 것일 것이라는 관측도 잇따랐다.
이번의 감염환자 확인으로 슈퍼박테리아에 대한 우려가 우리에게도 현실이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어떤 항생제도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는 없으며 이번에 발견된 다제내성세균도 치료제가 있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번에 발견된 NDM-1 CRE는 주로 중환자실에 장기 입원하거나 면역체계가 저하된 중증 환자에게 감염을 일으킨다"며 "감염이 되더라도 치료가 가능한 항생제(티게사이클린, 콜리스틴)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제내성세균은 건강한 사람에게 집단적인 감염을 일으키는 일은 없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크게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같은 다제내성세균이 철저히 관리되고 차단되지 않을 경우 집단 감염과 사망 사례가 발생한 일본의 경우와 같이 문제가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일본의 슈퍼박테리아 사망사례는 아시네토박터균의 감염 탓이 아니라 한 병원에서 짧은 기간에 대규모 환자에게 감염토록 방치한 것이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앞서 지난 10월 NDM-1 CRE를 법정전염병으로 긴급 지정해 관리해왔다.
관리체계 구축보다 더 시급한 것은 항생제의 오·남용을 줄이는 것이다.
김의종 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NDM-1 CRE가 2008년 처음 발견돼 전 세계적으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기 때문에 빨리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료기관의 철저한 위생환경, 정확한 검사, 적절한 항생제 사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