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가 관내에 수억 원을 들여 공중화장실을 짓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동작구의회는 지난 3일 추경예산안 심사에서 흑석동 달마사 입구 앞에 지을 15평짜리 수세식 화장실 1동의 건축사업비로 2억원을 통과시켰다.
건축비는 3.3㎡(1평)당 1000만원. 인근 30평대 아파트의 3.3㎡당 매매가(750만원)를 웃도는 수준이다. 게다가 건축예정부지로부터 5분 거리에는 올해 초 신축한 화장실까지 있다.
주민들은 동작구의 화장실 건축계획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흑석동 주민 이만종(69)씨는 "근처에 간이 화장실이 있는데 주민혈세 2억원이나 들여 화장실을 짓겠다는 것은 세금낭비"라며 "사찰 입구에 화장실이 만들어지면 외부에서 드나드는 사찰신도들이 주로 사용할 텐데 사찰에서 지어야지 왜 주민세금을 쏟아붓느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상도동 주민 최종인(66)씨도 "화장실이 생기면 좋겠지만 가까운 거리에 화장실이 있는데 이중삼중으로 예산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며 "정작 화장실이 필요한 곳은 산 꼭대기에 주민들이 쉬는 정자 인근인데 쓸 데 없는 곳에 돈을 쓰고 있다"고 황당해 했다.
흑석동 주민 김정순(57 여)씨도 "2억이나 되는 많은 돈이라면 정말 필요한 곳에 어려운 사람들이나 우리 같은 서민을 위해 사용하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푸념했다.
건축업자들도 10평대 화장실 건축사업비로 2억원이 책정된 것은 예산 낭비라고 꼬집었다.
10년째 공중화장실 건축을 하고 있다는 A업체 대표는 "정화조 매설비용을 1000만~2000만원으로 잡는다면 건축비용은 최소 평당 150만원, 최대 500만원"이라며 "평당 천만원이면 10평에 1억이라는 말인데 과소비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는 "10평대 공중화장실을 지을 때 3000만원이면 '불편없이 쓸 만한 화장실', 5000만원 안팎이면 '정말 좋은 화장실'을 지을 수 있다"는 말도 덧붙엿다.
이동식화장실과 공중화장실을 모두 짓고 있다는 B업체 관계자도 "평당 500만~700만원이면 보통 공원에서 볼 수 있는 깨끗한 화장실을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관악구 청소행정과 공중화장실 담당자도 "부지 조성비를 제외한 건축비만 고려한다면 조달청 사이트 기준으로 화장실 건축비는 3.3㎡당 200만원이 최저가"라고 밝혔다.
동작구 청소행정과의 공중화장실 담당자도 "지난해 기준으로 10평짜리 화장실 건축에 7000만원을 집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작구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화장실 신축과 관련한 주민들의 민원이 있었고 미관상 한옥식으로 짓기 위해 이 같은 예산이 책정됐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 한 구의원은 "해당 지역구 의원이 자신의 공약을 지켜야 한다며 추경예산안 심사 때 난동을 피워 부적절한 예산안이 통과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화장실 건축비로만 2억원을 책정한 동작구는 공공시설 경사로 등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예산으로는 고작 1억 8000만원을 책정했다.
또 공공시설 및 공동주택의 장애인 편의시설 정비에는 올해 예산 중 3억2000만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동작구 의정감시단 유호근 사무국장은 "2억원이면 동작구에 있는 지역아동센터 20곳에 매월 100만원씩 교육비를 지원할 수 있는 돈"이라며 "화장실에 이런 예산이 쓰인다는 걸 알면 세금을 낸 주민들이 뭐라고 할 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