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철수
"고통받는 여성과 어머니들을 위한 잔혹한 한풀이다"
서영희 주연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에 공식 초청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16일 오전(현지시간) 제63회 칸 영화제가 한창인 프랑스 칸 해변가에서 노컷뉴스와 만난 장철수 감독은 "개봉에 대한 의견조율이 실패했을 당시에 영화진흥위원회의 칸 영화제 출품 영화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냈는데 당첨됐다"며 "개봉 못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죽다 살아난 기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작고 아름다운 섬 무도에서 섬마을 다섯 가구 일곱 명이 무참하게 살해되는 끔찍한 사건을 다룬 잔혹 스릴러. 서영희가 타이틀롤인 김복남을 맡아 순박한 여인이 한 순간에 잔혹하게 변화해 가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장편 데뷔작으로 칸을 찾은 장철수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조감독 출신. 장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섬'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그 길로 김기덕을 찾아가 무조건 부탁했다"며 "'해안선' 연출부를 시작으로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사마리아'까지 조감독을 맡았다. '의형제' 장훈 감독은 '사마리아' 때 내가 뽑은 감독"이라고 자신의 이력을 풀어놨다.
이어 그는 "조감독 3편하고 감독될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모두 거절당했다"며 "4~5년 허송세월하다 2008년 영진위 지원금 영화에 당첨돼 김복남을 만들게 됐다"고 영화 탄생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복남
이 작품은 전반부와 후반부가 극적으로 갈리는 작품이다. 김복남이 마을 사람들에게 학대 당하는 모습이 전반부에 펼쳐지고, 김복남의 복수극이 후반부를 장식한다.
이 같은 구도에 대해 장 감독은 "대낮에 일어나는, 아름다운 풍경안에서 발생하는 살인사건이 더 끔찍할 것 같았다"며 "아름다운 앞부분은 (폭력, 강간 등 학대가) 실화처럼 보이길 원했고, 후반부는 당한 사람들의 한을 풀어준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이어 그는 "나를 키워 준 것은 8할이 여성이고, 그 중 7할이 어머니"라며 웃은 뒤 "강원도 산골에서 자랐는데 어려서 본 마을은 남성의 폭력이 일상적이었다"며 "변화된 지금 그들을 위로하고 싶었다. 다만 가족이 내 영화를 보고 놀랄까바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현재 미국, 러시아, 덴마크, 프랑스 등 해외 언론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또 장 감독은 "영화가 힘겹고 불편해 중간에 나가는 것도 보긴 했지만 나이든 백인 여성은 '자기가 본 영화 중 가장 좋았다'고 극찬했다. 그리고 남아있는 관객들 표정 보면서 시원한 느낌을 받았다"고 현지 반응을 귀띔했다.
국내에서 개봉일도 제대로 잡지 못해 고사 위기에 처했지만 프랑스 칸에서 불어온 열풍으로 장철수 감독은 다시 힘을 얻게 됐고, 그의 영화 인생은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