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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대표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이 오는 5월 8일 방송 20주년을 맞는다. 지난 1990년 5월 8일 첫 전파를 쏘아 올렸던 이 프로그램은 지난 20년의 세월동안 소외된 이웃과 고통을 함께 하고, 보다 신명나는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한다는 초기 기획의도를 충실히 따르며 이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로 자리 잡았다.
◈ 효순이 미선이부터 검사 스폰서에 이르기까지‘PD수첩’은 ‘우리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라는 캐치프레이즈에서 ‘정직’이라는 단어에 가장 큰 의미를 둔다. ‘정직’은 목격한 것을 그대로 전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성역없이’, ‘권력의 눈치보지 않고’, ‘사심없이’라는 속뜻을 내포하기도 하다.
개인의 사심을 담지 않고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으며 성역을 두려워하지 않던 ‘PD수첩’의 파동은 깊고도 컸다. 2002년 미선이 효순이의 죽음에 문제를 제기했던 ‘SOFA, 미군 범죄의 면죄부인가’를 비롯, 한국의 권부를 심층 취재한 ‘2003 한국의 권부 시리즈’, 친일 청산 문제를 다룬 ‘친일파 시리즈’, 2005년 고위층의 병역 기피와 국적 포기 문제를 다룬 ‘고위층의 국적 포기, 그들은 누구인가’ 등은 사회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06년 황우석 관련 보도로 황우석 신화의 허구를 파헤쳤으며 2008년 광우병 보도는 보충협상을 통해 ‘30개월령 이하’의 쇠고기만 수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황우석 관련 프로그램으로 ‘PD수첩’은 한 때 제작이 중단됐으며 광우병 보도는 농림수산식품부가 ‘PD수첩’을 고발하고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언론의 자유와 한계’에 대한 논쟁을 낳기도 했다.
2009년에도 ‘PD수첩’의 성역없는 보도는 계속됐다. ‘용산참사, 그들은 왜 망루에 올랐을까’는 누구도 담지 못했던 용역업체 진압 개입에 대한 동영상을 확보해 경찰의 안전대책미비 및 과잉진압 논란을 되짚었다. ‘녹색뉴딜은 희망인가?’, ‘착공 한 달 전! 기로에 선 4대강’ 편을 통해 현정권의 핵심공약이었던 4대강 사업의 효과와 영향력에 대해 집중 보도했으며 한 해군장교의 양심선언 ‘나는 고발한다’ 편을 통해 계룡대 군납비리를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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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2010년...PD수첩은 계속된다2010년, 현재 MBC는 큰 어려움 아래 놓였다.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노조의 총파업은 4일로 한 달을 맞았고 단식투쟁을 시작한 이근행 노조위원장의 건강도 그리 좋지 못하다는 전언이다. 계획대로라면 이 날은 ‘PD수첩’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 및 방송이 나가야 할 시점이다. ‘PD수첩’의 김태현 책임 프로듀서는 “20주년 기념 방송을 준비하던 PD가 초기 준비 단계에서 파업에 들어가 어떤 내용을 기획했는지도 보고받지 못했다”라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공교롭게도 노조가 퇴진을 요구하는 김재철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PD수첩' 광우병 편을 조사하기 위한 PD수첩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아직 진상조사위원회는 설치되지 않았지만 김사장은 "한미 쇠고기 협상을 다룬 'PD수첩' 편은 지난 2년 동안 우리 사회 논란의 중심에 있었고 지금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PD수첩’의 정직한 목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파업 중인 후배들을 대신해 부장급인 최승호 PD가 직접 취재한 ‘검사와 스폰서’편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검사들의 스폰서 관행을 낱낱이 파헤쳐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 방송 이후 대검찰청은 민간인이 참여하는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했으며 방송에서 실명이 거론된 박기준 부산지검장은 사표를 제출했으나 수리되지는 않았다.
MBC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PD수첩’ 검사와 스폰서 편 방송 이후 MBC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가 상승했다. 검사의 권위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담당 PD의 모습에서 정직한 방송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6일 오후 7시에 열리는 MBC 노조의 촛불집회에서는 ‘PD수첩’ 20주년을 기념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축하연이 열릴 예정이다. MBC 관계자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및 팬카페 등을 중심으로 ‘PD수첩’ 20주년을 기념한 축하 성명이 이어지고 있고 일부 시민들이 직접 만든 떡을 보내오겠다는 연락이 왔다”라며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조합 소속 ‘PD수첩’ 현직 PD들이 단상에 오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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