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스테르담 공항 발 묶인 사연 트위터 화제■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트위터리안 이승용 씨 (유럽출장 중 암스테르담 공항 발 묶여)
아이슬란드 화산재가 유럽하늘을 뒤엎으면서 유럽의 공항이 마비됐었죠. 그 바람에 수많은 여행객들이 공항 안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발이 묶였는데요. 이틀 전부터 비로소 비행기들이 뜰 수 있게 돼서 우리나라 사람들도 어제부터 속속 귀국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날 분은 네덜란드 공항에서 6일간 머문 경험을 트위터에 올려서 화제가 된 분입니다. 이쯤 되면 유럽탈출기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어제 귀국을 하셨습니다. 이승용 씨 만나보죠.
공항
◇ 김현정 앵커> 한국 땅 밟으시니까 좋으시죠?
◆ 이승용> 네, 너무 좋습니다. 공항에서 생활만 하다가 한국에 오니까 너무 좋습니다.
◇ 김현정 앵커> 네덜란드는 어떤 일로 가게 된 거예요?
◆ 이승용> 제가 아기공룡둘리의 ‘둘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프랑스 깐느에서 전시회가 있었습니다. 영상물 전시회가 있어서 한국 콘텐츠 홍보하러 여러 다른 업체 분들이랑 같이 가게 됐는데.
◇ 김현정 앵커> 출장 가셨군요?
◆ 이승용> 그렇습니다. 거기 깐느에 들어갈 때는 보통 제가 리스공항을 이용을 해요. 리스공항을 가려면 암스테르담이나 파리에서 갈아타야 됩니다. 그래서 암스테르담이나 파리에서 갈아타고 리스에 갔다가 다시 일을 마치고 리스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오는 도중에서 그 암스테르담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가 끊겼습니다.
◇ 김현정 앵커> 중간에 발이 묶인 거군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언제 들어오시는 거였어요?
◆ 이승용> 계획대로라면 15일 목요일에 행기를 타고 금요일에 들어오게 돼있는데, 22일 그러니까 6일 지나서 들어오게 된 거죠.
◇ 김현정 앵커> 어제 들어오신 거니까 21일이 되겠네요?
◆ 이승용>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앵커> 암스테르담까지는 왔는데?
◆ 이승용> 그러니까 암스테르담까지 오게 된 리스비행기 안에서 방송이 나오더라고요.
◇ 김현정 앵커> 얼마나 황당하셨어요?
◆ 이승용> 너무나 황당했죠. 너무나 황당하고 저희가 체크인하고 암스테르담 비행기를 타려고 라운지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승무원들이 “너희들은 너무 럭키하다, 마지막 가는 비행기다”라고 저희한테 얘기를 해줘서 라운지에서 너무 기뻐했고, 유럽탈출 하는구나 생각을 했는데... 그런데 “너희 비행기 못가고 활주로에 있는 비행기 뜬 거 다시 돌아온다”라고 이야기를 해 주더라고요.
◇ 김현정 앵커> 그래서 그때부터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6일 동안 계신 거잖아요. 공항에서 나가서 숙소를 잡을 수는 없었습니까?
◆ 이승용> 처음에는 짐이나 그런 문제 때문에 숙소를 잡을 수는 없었고요.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항공사에서 그런 일이 있을 경우에는 공항에 있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태웁니다.
◇ 김현정 앵커> 그러니까 떠나지지 못하고 기다렸던 거예요?
◆ 이승용> 그래서 나가서 마음 편하게 다른 호텔에 있기도 그렇고, 공항 근처에서 머무르라고 항공사 직원들이나 그 사람들이 안내를 해 주세요. 그런데 그분들도 처음에는 그렇게 길어질지 몰랐기 때문에 하루 이틀 정도면 되겠다 싶어서 그렇게 말씀을 해 주셨고, 그래서 거기 공항 근처에 있는 호텔로 가신 분들도 계시고, 공항 안에 있는 호텔이나 그런 시설로 가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 김현정 앵커> 그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어디서 먹고, 어디서 자고, 어디서 씻고... 어떻게 하신 거예요?
◆ 이승용> 그때 같이 갇힌 사람이 50개국 국적에 한 2,500명 정도 됐어요. 2,500명이 됐는데, 그 양반들이 갈 때가 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첫날에는 그냥 일반적으로 라운지에 있는 의자에서 주무시다가 둘째 날부터 적십자나 공항 쪽에서 야전침대 같은 것을 주시더라고요. 녹색으로 돼가지고 알루미늄으로 된 침대를 배분하게 시작했고, 그게 1,500개가 들어왔어요.
◇ 김현정 앵커> 그것도 얻으려고 다들 줄서고 싸우고 난리가 났겠어요? (웃음)
◆ 이승용> 아니오, 그렇지는 않은 게... 공항 관계자들이 나이 많으신 분들 우선으로 해서 배분을 해드렸고요. 저는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은 관계로 나중에 받게 되는... (웃음) 그렇게 해가지고 받긴 받았고, 거기서 주무시고 보통 그렇게 하셨어요.
◇ 김현정 앵커> 제일 불편했던 건 어떤 거세요?
◆ 이승용> 생각보다는 불편하진 않았습니다. 그 안에 가게들도 열었고요. 특히 카페테리아나 식당, 약국, 이런 것은 열었습니다. 그리고 위생용품 같은 게 부족하더라고요. 속옷이나 이런 게, 저 같은 경우에도 보내는 가방에 있기 때문에 갖고 간 게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그거 속옷 같은 것도 나눠지고 칫솔, 치약도 거기서 나눠주고...
◇ 김현정 앵커> 말씀 듣기로는 우리나라 대사관에서 나와서 사발면도 돌리고, 김치도 주고, 이렇게도 배려가 있었다고요?
◆ 이승용> 네, 먹는 문제가 가장 큰 문제였는데, 물이나 빵이나 이런 것은 많이 나왔는데 한국 분들이 많이 김치나 이런 것 때문에 고생을 하셨어요. 그러다보니까... 그런데 다른 나라 대사관에서는 나오신 분이 안 계시던데 유독 한국대사관에서 나오셔가지고 그때 화제가 됐어요. 네덜란드에 김재우 사무관님이라고 그 분이 나오셔가지고 김치랑 사발면이랑 카트에 싣고 돌아다니면서 나눠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참 감동을 받았어요. 그래서 외국 친구들 하고 앉아서 그 얘기를 많이 했는데 여기가 아프리카 오지도 아니고 어느 대사관에서 오겠냐...
◇ 김현정 앵커> 자랑스러우셨겠어요, 우리 대사관만 딱 나와서? (웃음)
◆ 이승용> 그런데 갑자기 저쪽에서 사발면이랑 한국 글로 써 있는 걸 들고 돌아다니시는 분이 계시니까 깜짝 놀랐습니다.
◇ 김현정 앵커> 한국인들은 얼마나 있었습니까?
◆ 이승용> 250명 정도 계셨어요.
◇ 김현정 앵커> 꽤 많이 있었네요. 한국 사람들도?
◆ 이승용> 그때 막힌 비행기 자체가 747-400콤보니까 한 200명이 넘게 타셨는데, 대부분 한국분이셨거든요. 그래서 거기다가 다른 루트로 들어오신 분들도 있고 해서 한 250명 정도가 됐습니다.
◇ 김현정 앵커> 공항에서 생쥐도 만났다면서요, 그 무슨 얘기인가요?
◆ 이승용> 자고 있었는데, 보통 낮에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쥐가 안 나오나 봐요. 그러다가 밤에 잘 때 누워 있으니까 뭔가 움직이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저랑 눈이 마주쳤어요. 조그마한 생쥐가.
◇ 김현정 앵커> 당시는 악몽이었겠지만, 어쨌든 이제는 그때 만난 분들과 이런 저런 정이 쌓이셨을 것 같아요?
◆ 이승용> (웃음) 한국 분들 하고도 그때 많이 친해졌고요. 외국친구들 하고도 5∼6일을 같이 있으니까 근처에 있는 친구들이랑 많이 친해졌어요. 그래서 메일도 주고받고, 너 잘 도착했냐, 이렇게 메일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비행기가 다시 뜬다는 얘기 듣고는 얼마나 기쁘셨습니까?
◆ 이승용> 사실은 비행기가 다시 뜬다는 것을 미리부터 알려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 전날에도 상하이 가는 비행기가 열렸었거든요. 살짝 열렸는데, 상하이 간다, 하니까 사람들이 막 달려갔어요. 먼저 타려고 달려갔고, 저도 상하이쪽으로 가서 한국으로 들어오기 위해서 달려갔는데, 그게 상하이표를 가진 사람만 태우고 나머지 사람들은 안 태웠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도 한국 가는 비행기가 있는지 모르고 무작정 저도 새벽부터, 5시부터 줄을 서거든요. 그래서 상하이나 아니면 홍콩이 열렸다고 해서 그쪽으로 돌아오려고 작정을 하고 줄을 섰어요. 그런데 한국행도 있다, 거기서 라운지에서 그러니까 “그러면 보내줘” 이렇게 해서 제가 오게 된 거죠.
◇ 김현정 앵커> 다시 출근이 이렇게 기분이 좋기는 처음인 것 같고요. 빨리 유럽공항이 정상화돼서 고생하는 분들 빨리 돌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승용> 아직도 유럽 쪽에 남아계신 분들이 많이 계세요.
◇ 김현정 앵커> 오늘 생생한 경험담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