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믈
올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이준익 감독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 19일 오후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언론에 공개됐다. '왕의 남자' 이후 5년 만에 사극으로 귀환한 이준익 감독이 다시 한 번 '1000만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충무로 안팎의 관심이 쏠려있다.
박흥용 화백의 동명만화를 영화화한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임진왜란 직전, 혼돈의 시대를 뒤엎고 스스로 왕이 되고자 하는 이몽학(차승원)과 그에 맞서 세상을 지키려는 맹인 검객 황정학(황정민)의 운명적 대결을 그린 사극.
유명 원작을 영화화한만큼 원작과의 비교는 필연적이다. 원작이 견자(백성현)의 성장담을 그리고 있다면, 영화는 각 캐릭터 간의 확실한 대립구도로 극적 재미를 노렸다. 견자와 이몽학을 원수지간으로, 황정학과 이몽학을 한 때 같은 뜻을 품었던 사이로 그려냈다. 또 백지(한지혜) 역시 원작과 달리 이몽학의 연인으로 등장한다. 황정학과 견자가 함께 한다는 설정만 변함없다.
그래서일까? 원작에 비해 각각의 인물들은 모두 부각됐지만 각 인물들의 설득력은 약해졌다. 특히 '개인의 야욕', '개인적인 복수' 등으로 관계를 한정지은 탓에 기존 이준익 감독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인 진한 페이소스도 덜하다. 각 인물들의 행보를 긴장감 있게 따라가기도 힘들다.
또 4명의 캐릭터를 살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감독의 전작들과는 달리, 이번 작품에선 그 시대 사회상과 민초들의 삶도 엿보기 힘들다. 동인과 서인의 다툼, 임금의 모습 등 정치 풍자를 담아내기도 했으나 대중들의 가슴을 파고들기엔 부족한 느낌이다.
이날 영화를 관람한 한 기자는 "꿈을 쫓는 남자들의 이야기란 설정은 좋다. 그런데 '개인의 야욕'을 쫓는 모습이 너무 부각돼 후반부로 갈수록 흥미가 떨어지고 지루해진다"며 "그러나 황정민의 연기나 칼 싸움은 매우 흥미로웠다"고 평가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이준익 감독 특유의 장기인 익살 해학 유머가 약하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촬영 감독을 새로 영입한 덕분인지 스크린이 역동적이고 다양해졌다"며 "그러나 현실정치를 풍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듯 했다"고 말했다. 2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