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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계에서 가장 부각되고 있는 이슈는 바로 '낙태'이다. 정부의 낙태수술 단속 강화에 반대해 낙태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여성계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낙태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여성 단체들이 "여성의 몸에 대한 결정권은 여성에게 있다"고 낙태권 허용을 주장하자, 일각에서는 "여성의 권리를 앞세워 생명권을 무시한 처사"라며 비판하고 있다.
◈ 여성단체, "사회적 여건 개선이 먼저…낙태권 보장해야" 여성단체들은 최근 '프로라이프(prolife) 의사회'가 낙태 수술을 해 온 병원 3곳을 고발하고, 정부가 낙태 수술 단속을 강화한 것과 관련해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민우회 등 20여개 여성·시민단체는 공동 성명서를 통해 "여성에게 원치 않는 임신을 강요해선 안 된다"며 "여성들이 낙태를 택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 경제적 조건을 개선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낙태의 배경에는 여성들이 성관계와 임신, 출산을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이중적인 성문화와 미비한 사회제도안에서 낙태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여성들의 삶과 경험이 존재한다"는 것이 단체들의 입장이다.
특히, 단체들은 "현실적으로 사회적 조건이 변하지 않는 한 낙태가 근절될 리 없기 때문에 음성적인 낙태 시술이 증가해 여성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정부의 단속 강화에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사회적 여건 개선없이 처벌만 강화해 낙태를 근절하겠다는 발상은 "무면허 낙태, 해외 원정 낙태를 양산하고 오히려 여성의 몸 권리에 대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두나 활동가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사회, 경제적인 사유의 낙태를 일정 부분 허용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입법화 과정을 통해서라도 낙태에 대한 권리를 보장되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5일 청계광장에서 관련 행사를 진행한 여성단체들은 지속적인 토론회와 캠패인을 통해서 낙태권 보장을 위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 "생명권 무시한 이기주의적 발상" 반발 극심 프로라이프 의사회 등 낙태 반대 단체에서는 여성단체의 주장을 재반박하며 우려의 뜻을 분명히 했다.
프로라이프 의사회 심상덕 윤리위원장은 "여성단체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최근 낙태 단속 강화로 낙태 수술이 예전에 비해 어려워지고 낙태 비용도 오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낙태의 접근성을 낮추기 위해 오히려 바람직한 현상이다"고 반박했다.
이어 심 위원장은 "여성단체들이 궁극적인 방향성에 대해서 논의해야 하는데 당장의 과도기적 어려움과 열악한 현실에 얽매어 낙태에 대해 자기 합리화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최정윤 낙태반대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여성들 대부분이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낙태를 강요당하거나 여건이 안돼 낙태를 결심하는 상황을 고려해 볼때 무엇이 여성의 권익을 위한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사무국장은 "낙태를 한 여성들은 이후에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여성단체가 낙태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출산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여성계에서 다소 민감한 주제였던 '낙태'에 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찬반 논란이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성단체의 성명이 발표된 이후 인터넷 상에서도 낙태권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백여개의 댓글이 달린 한국성폭력상담소 게시판에서 한 시민은 "사회적 인식이나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낙태문제로 찬반 논쟁을 벌이는 것은 소모적"이라며 "여성 본인의 선택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피임 교육을 강화하고, 출산 이후의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여건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