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살면서 만나기 어려운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여름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경우가 그렇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 전 국민이 다 아는 이름이 되었지만, 누구보다 평범한 이름을 가진 한 사내가 저지른 범죄가 우리에게 불러일으킨 충격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왜 잔혹 범죄 잇따르나"
그리고 그것은 아마, 이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바로 최근 유영철 사건에 관한 수사백서를 발간해 화제가 된 최관수 검사다.
때마침 24일 불임 여성인 김모(36)씨가 지난해 5월 경기도 평택의 외딴 노상에서 심부름센터에 부탁해 아이를 안고가던 A씨(25)로부터 생후 70일된 아이를 빼앗고 엄마를 살해하는 잔혹범죄 진상이 드러났다.
이같은 잔혹범죄는 왜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지 노컷뉴스는 유영철의 선거 공판에서 그에게 사형을 구형했던 담당 검사 최관수씨를 만나 직접 들어봤다.
서울중앙지검 406호의 문을 여니 양 옆으로 조사를 받는 피의자들과 한참 조서를 꾸미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기자를 기다리고 있는 최관수 검사가 보였다.
"사진 촬영을 해도 좋냐"고 조심스레 물으니 대뜸 가디건을 벗고 양복으로 갈아입었다. 시원시원한 사람이다. "생각보다 젊어보인다" 라고 말문을 터보았더니 "이제 나이 38 밖에 안 됐다"며 머리를 긁기도 했다.
생각보다 평범하고 예상보다 훨씬 친절해 보이는 그와 마주 앉아서 대뜸 질문부터 던져 보았다.
▷ 유영철에게 사형을 구형했을 당시 ''''검사님께 감사드린다'''' 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어땠는가? ''''걔가(유영철이) 이 기사를 볼지 안 볼지는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는 안 믿는다. 진심에서 나온 지도 의심스럽고... 워낙 감정의 기복이 심한 사람이라, 감정이 복받쳐서 그 순간에는 진심이었을지 모르지만 내게 정말 고마워서 그런 말을 한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공판 날이면 언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곤 했던 유영철이 언론에 보도될 줄 뻔히 알면서 보여준 쇼맨십에 가깝다는 반응이었다.
유영철이 뒤틀린 사회의 희생양이라느니, 불우한 가정환경에 영향을 받았다느니 하는 감정적 대응에 담당 검사로써 느꼈을 피로감이 전해졌다.
죽고 싶다'''', ''''사형시켜 달라'''' 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곤 했던 유영철인만큼 정말 사형을 원하지 않았을까 라고 물으니 ''''죽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 중에 정말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냐. 오히려 유영철은 가족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강한 만큼 삶에 대한 애착도 강할 것'''' 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중에게 유영철은 혐오감과 동시에 흥미를 자극하는 이야깃거리였을지 모르지만, 최관수 검사에게 유영철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범죄자일 뿐이라는 뉘앙스다. 그렇다면 한 사람의 범죄자로서, 유영철은 최관수 검사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다른 범죄자들과 유영철과 수사 과정에서 차이점이 있었다면? ''''유영철은 자기가 하는 얘기를 남들이 주의 깊게 들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거는 거짓말하지 않았냐?'''' 라고 따지듯 물으면 기분나빠한다. 한 번 기분 나쁘면 눈이 뒤로 확 돌아간다고 해야 하나...... 전혀 딴 사람이 돼 버리고 수사가 안 된다. 그래서 같은 걸 묻더라고 돌려서, ''''죽인 게 맞지?'''' 라고 묻는 게 아니라 ''''너 이러이러한 점을 보아하니 니가 죽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니?'''' 라고 물으면, 그게 본인이 생각하기에 논리적인 것 같으면 그렇다고 인정한다. 그리고 게임하듯이 수사를 받았다. 그래서 일단 나에게 아이템을 준다."

"예를 들면 내가 그 때 범행 저지를 때 시계를 찼던 것 같은데..... 라고 말하면 시계가 증거라는 사실을 나한테 말 해주는 거다. 그러면 그 시계를 찾아서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결국 찾아오면 범행에 관계된 사실들을 전부 자백하고 못 찾아오면 그런 게 아닌데... 다른 데 있는데... 하면서 입을 다문다."
"자기 컴퓨터에 범행일지를 기록했다는 얘기도 그렇다. 유영철이 컴퓨터 안에 있다고 해서 컴퓨터 찾아서 헤매었는데 있다고 한 장소에 없었다. 증거를 찾았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사실을 말하는 사람이다. 수사 자체를 검사와의 머리싸움으로 보고, 재미있어 한다. (기분 나쁘지 않았나?) 물론, 기분 나빴지만 수사는 계속돼야하고 어쩔 수 없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건방진 범죄자''''다. 대부분 범죄자들이 기가 죽어 검찰에 들어오는 반면, 유영철은 한마디로 ''''기세등등'''' 이었다고 했다.
검사와 게임을 즐기듯 수사했을 정도니 할 말 다 했다. 그런 유영철을 상대로 오랜 시간 수사해야 했던 검사로서 미움이 더 했을 것 같은데, 그저 기분 나빴다, 라고만 말하는 최검사가 무덤덤해 보일 정도다.
유영철 이전과 이후 사회가 같지 않듯이, 강력범죄도 마찬가지다.
그 전까지는 원한에 의한 계획적인 살인이 아니면 도망치기에 급급했던 피의자들이 최근에는 시체 유기에 주도면밀하고, 최검사의 말에 의하면 ''''무조건 토막 낸다'''' 강력범죄에서 ''''유영철 같은, 유영철을 연상시키는'''' 이라는 수식어가 들어가면 ''''상상할 수 없는 범죄''''라는 뜻이라고 그는 해석했다.
▷유영철 같은 범죄인을 만나기가 우리 사회 전체로도 그렇고, 담당 검사로서도 그렇고 아마 한동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기록적인 범죄자를 다룬 소회는? ''''맞다.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이 다시 잡힌다면 모를까 아마 내 평생 그런 범죄자는 만날 수 없지 않을까, 만나서도 안 되고..... 나도 이번 사건을 맡으면서 여러 모로 조사해보고 안 사실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연쇄 살인이라고 분류하는 것이 미국에서는 세 가지로 분류된다. 다중살인, 연속살인, 연쇄살인 이렇게 세 가지인데, 다중 살인은 총기난사 사건처럼 한 자리에서 여러 명을 무차별로 죽이는 것이고 연속살인은 금품 강취라던가 원한이라는 동기가 있어서 그에 관련된 사람을 계속적으로 죽이는 것이다."
연쇄살인은 시리얼킬러라고 하는데 아무 동기도 없이, 예를 들면 신에게 더러운 여성을 처치하라는 계시를 받았다든지, 살인에서 쾌락을 느낀다든지 하는 이유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획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을 말한다. 유영철의 경우에는 이 시리얼 킬러로, 우리 범죄사에서 전무후무하지 않나 싶다."
전무후무한 범죄자를 만난 최관수 검사는, 백서 후기에 유영철에 대한 악몽을 꾼 적이 있다고 밝혀서 기사화 됐다. 그에게 이에 대해 물으니 겁이 나서 꿈을 꾼 것은 아니라며 웃는다.
"그가 무서워서 그런 건 아니고, 왜 사람이 험한 꼴을 보면 빨리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나. 나도 유영철 수사하면서 웬만하면 지워버리고 싶은 사건들만 봤다. 그런데 그걸 잊혀질만하면 또 보고 또 보고 해야 했으니 그래서 꿈에까지 쫓아오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유영철이 하도 속을 썩이고 증거가 안 나오니까.... 어떤 날은 증거가 있는 장소가 내 꿈에 나오기도 했다. 무슨 예지몽 꾸는 것처럼... 그런데 진짜 거기 가 보니까 안 나오더라(웃음)"
나오지 않는 사건 증거에 대해 끈질기게 고민하다 보니 무당이 신내림 하듯 증거물이 있는 장소가 꿈에서 나왔다는 얘기다. "그런 장소를 꿈에서 맞출 정도로 뛰어난 검사는 아닌 모양"이라면서 웃는 최관수 검사에게서 그 간의 고생과 노력의 흔적이 진하게 묻어났다.
유영철이 저지른 대부분의 사건에서 직접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사체 부위와 흉기를 정밀 대조한다든지, 족적을 대조한다든지, 구입한 물품의 바코드를 통해 행적을 추적하는 방법이 수사의 전부였다고 했다.
영화의 소재로 단골로 쓰이곤 하는 연쇄살인이지만, 검사에게는 두려움도, 흥미도 아닌 엄청난 양의 ''''업무'''' 일 수 밖에 없겠다.
사진 촬영을 위해 옷까지 갈아입을 정도로 인터뷰에 호의적이고 친절했던 최관수 검사가 유난히 조심스러워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하나는 재판과정에서 재판부와 판단이 달랐던 사안들에 대한 코멘트였고, 다른 하나는 유영철 개인의 성격이나 환경에 대한 감정적 판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유영철에 대해 느낀 점이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수사하면서 연민을 느낀 순간은 없었나? ''''연민이라기보다... 그 친구 인생의 고비마다 아, 그런 일이 없었으면 그렇게까지 안 가지 않았을까. 그 때 이렇게 했으면 제대로 살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순간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처음 범죄를 저질렀던 때인데, 91년에 절도를 저질렀다. 그런데 본인은 그게 실형을 살게 될지 몰랐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도 초범이었고, 분명히 집행유예로 풀려날 만한 여지도 있었는데, 너무 빠른 나이에 가벼운 범죄로 교도소 생활을 하게 됐다. 그렇게 일찍 교도소 가지 않았으면 그렇게까지 잔인해지지 않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판단은 누구나 다르게 할 수 있지만. 그리고 그 친구 결혼 생활이 그래도 원만했다면, 워낙 가족에 대한 애착이 심한 친구니까, 가족 때문에라도 그렇게 살지는 않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정이다. 재판부의 결정은 제가 판단할 사항은 아니다''''
유영철은 희대의 천재 범죄자이냐, 그릇된 사회의 피해자냐는 우문에 ''''무책임한 대답이지만 둘 다가 아니겠느냐''''는 현답을 한 최관수 검사다.
그런 그가 느끼는 유영철에 대한 연민은, 법 집행자로서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 느끼는 감회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의 범죄에 대한 평가에서는 누구보다 단호하지만 말이다.
지금도 교도소 안에서 끊임없이 책을 읽고 한자공부를 하는 유영철보다 인터뷰 중에도 옆에서 끊임없이 피해자 조사가 계속되고 있는 최관수 검사 쪽이 오히려 사건을 털기가 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범죄자이지만 절대로 다시는 없어야 할 사건이라는 그에게서 마지막으로 발견한 것은 뜻밖의 ''''고마움'''' 이었다.
"너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다. 백서에도 썼지만 국과수 측에서도 즉각 도움을 주셨고 서울대학교 법의학 팀에서도 그리고 서초 소방서에서도 항시 대기하며 수사 협조했고, 심리 분석을 도와준 대학 교수님들도 모든 과정에 무료로 적극적으로 동참해 줬다. (기사에는 압수수색영장 나올 뻔 했다고 나갔던데?) 아, 그건 사실이긴 하지만 약간 와전된 느낌인 게, 국과수에서도 그게 전례에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막무가내로 필름 원본을 내 주는 것이 어려웠고, 우린 우리 나름대로 그 필름이 필요했기 때문에 절차상 일어난 일 일 뿐이다."
"사체에 맞은 흔적만으로 증거를 잡아낸 것도 국과수에서 해 준 일이다. 그리고 기자들, 언론에서 사체의 신원 차악하게 했던 경우도 있다. 왜 5월의 신부, 그 시체는 원래 추가 피해자로 보고 됐던 시체였다. 수사 진행하면서 신원미상의 시체가 세 구 나왔는데, 그 중 두 개는 아직도 불상으로 남아있지만 하나는 언론에서 단서를 찾아준 덕에 가족과 DNA를 대조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고마운 일이다.''''
''유영철에 대한 언론 보도에서 아쉬운 점을 지적해 달라''는 말에, 그는 "유영철 개인이나 범죄 양상에 대한 말초적인 흥미보다는 우리 스스로에 대한 문제제기나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의 시스템을 재구축 하는 방안을 토의하도록 몰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답했다.
인터뷰 말미에 "더 하고 싶은 말이 없냐"고 묻자 그는 "멋있게 잘 써주시면 좋죠...." 한다. 유영철이 그에게 수 많은 범죄자 중 한 명이듯이, 최관수검사도 기자에게 수 많은 인터뷰이 중의 한 명이었다.
노컷뉴스 박예원기자/박수정 인턴기자 nocutnews@cbs.o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