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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72. 현 성지건설 회장)의 인생을 바꾼 두산그룹 형제의 난은 박 전 회장이 지난 2005년 7월 20일 동생인 박용성씨(3남)와 박용만씨(5남)의 비리를 담은 진정서를 검찰에 내면서 시작됐다.
재계에서는 이들 형제들 간의 갈등이 시작된 화근은 2000년 초 박 전회장의 장남인 경원씨가 두산그룹과는 별개로 독자적인 건설회사를 차린 사건으로 보고 있다.
당시 경원씨는 (주)두산 주식을 모두 매각한 뒤 건설회사를 차리고 이어 2002년에는 전신양행이라는 회사를 인수해 전신전자라는 이름으로 딴살림을 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 두 회사의 경영은 그리 좋지 않았다. 경원씨는 회사 경영이 어렵게되자 자연히 두산그룹에 손을 벌렸지만 그룹측은 이에 냉담했다. 당시 그룹내 실권을 쥐고 있던 박용성씨는 '괘씸죄'로 조카의 구원요청을 외면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그룹회장이었던 박용오 전 회장은 동생인 용성씨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 박 전 회장, 2005년 그룹인사에 반발…검찰에 동생들 비리 진정 이처럼 형제간의 갈등이 도를 더해갈 무렵 또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2005년 초 박용오 전 회장에 대해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게 하고 대신 동생인 박용성씨를 회장으로 추대하는 그룹인사가 단행된 것이다.
박용오 전 회장은 "이번 인사는 용성이가 꾸민 계략"이라며 본격적으로 형제들에게 불만을 품게됐다는 것이 주변인사들의 전언이다. 이 불만은 결국 2005년 7월 검찰 진정서로 이어졌다.
박용오 전 회장이 검찰에 낸 진정서 내용의 골자는 이렇다. 당시 박용만씨가 형 박용성씨의 장남인 박진원씨와 함께 미국 위스콘신에 '뉴트라팍'이라는 위장계열사를 차려 870억원을 밀반출했다. 그리고 박용성씨와 박용만씨가 '태맥', '동현엔지니어링', '넵스' 같은 회사를 통해 각각 700억원, 200억원 등 총 1,700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 등이었다.
그 후 박용성씨도 자신의 형인 박용오 전 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던 두산산업개발의 2,700억원대 분식회계 사실을 폭로했다. 이에 대해 박용오 전 회장측도 1999년 두 차례에 걸쳐 두산건설(현 두산산업개발)의 유상증자를 하면서 박용성씨 등 일가 28명이 대출금으로 주식을 인수했고 대출금 293억원의 5년치 이자 138억원을 회사가 대납했다고 밝히는 등 양측의 폭로전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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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제의 난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항소심까지 이어진 두산가 형제의 난은 1심 판결내용을 삼형제가 모두 받아들이면서 피투성이가 된 채 표면상 봉합됐다. 더 이상 사건이 진행되다간 형제들 모두가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이 두산가 주변의 분석이다.
특히 이 사건의 해결사로 나선 맏형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박용성 전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박용오 전 회장은 그룹경영권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아울러 이 사건을 계기로 박용오 전 회장은 두산가(家)에서도 완전히 배제되는 수모를 입게 된다. 형제의 난을 계기로 박용오 전 회장은 금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심리적 외로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용오 전 회장은 지난해 성지건설을 인수해 지금까지 경영에 참여해 왔으나 지난해 불어닥친 글로벌 경제위기 등으로 사업이 순조롭지 않자 고심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회장은 4일 오전 8시쯤 성북동 자택에서 목을 맨 채 가정부에 발견돼 곧바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