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이병훈 감독님도 ‘혼’을 선택하길 잘했대요.”
배우 이서진이 또다시 ‘잭팟’을 터뜨리며 화려히 복귀했다. 이서진은 MBC 수목드라마 ‘혼’(극본 인은아 연출 김상호 강대선)을 통해 첫 회 11. 7%, 2-3회 12%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시청률 제조기’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혼’ 촬영이 한참인 경기도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만난 이서진은 밤샘 촬영에도 불구하고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내색하지 않지만 그 역시 드라마의 높은 시청률에 한껏 고조된 눈치였다.
“드라마 시청률에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지만 이왕이면 낮은 것보다는 높은 게 현장 분위기에 더 좋은 것 같아요. 저보다는 김상호, 강대선 감독과 주은이랑 이진이 등 후배들이 열심히 해준 덕분이죠.”
사실 이서진이 ‘혼’을 선택했을 때만 해도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미 ‘이산’으로 절정의 위치에 올랐던 이서진에게 새로운 작품에 대한 선택의 폭은 넓지 않아보였다.
여기에 이서진은 연인과 결별이라는 악재가 덧붙여졌다. 자의건 타의건 결별 이후 긴 시간 잠행한 그의 행보에 팬들은 등을 돌렸다. 일각에서는 ‘연기생활 최대위기’라고 숙덕거림이 들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서진의 선택은 남달랐다. 긴 호흡의 대하사극, 혹은 막장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현실 하에서 10부작 납량특집극을 택했던 건 평소 장르드라마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만의 확신과 작품을 보는 이서진의 안목이 시너지를 발휘한 덕분이다.
“독특한 소재와 새로운 시도가 마음에 들었어요. 제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준 친구 김상호 감독과 과거 ‘텔미섬싱’을 집필한 인은아 작가에 대한 믿음도 있었고요. 하나가 꿈에서 깨어나는 1회 오프닝 신은 제가 의견을 내 반영된 신이죠.”
ss
지적이면서도 냉철판 프로파일러 신류 역할을 통해 그는 ‘정조 이산’의 중후한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버렸다. 차갑고 이성적인 프로파일러가 악의 화신으로 변해가는 양극단의 연기는 이서진이 아니면 쉽게 도전하지 못할 영역으로 비춰진다.
“2회 방송을 마친 뒤 이병훈 감독님께서 문자 메시지로 ‘멜로나 액션물을 선택하지 않은 건 정말 잘한 일이다. 정조의 이미지가 컸는데 프로파일러라는 독특한 인물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쌓은 건 훌륭한 선택’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연출을 몇 십년 했던 ‘대가’께서 그렇게 칭찬을 해주시니 더욱 작품에 대한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 전문직 드라마에 대한 확신…새로운 시도 두렵지 않아이서진은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다. 뉴욕대 학사를 마친 뒤 대학원 입학을 준비하던 26살에 군입대를 위해 귀국,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군복무를 마쳤다. 뒤늦게 연기생활을 하기 위해 방송가에 뛰어들었을 때는 29살, ‘다모’로 스타덤에 올랐을 때는 33살이었다. 10대 시절부터 기획사를 통해 훈련된 요즘 연기 지망생들과 비교해 보면 참으로 ‘느긋한’ 걸음걸이가 아닐 수 없다.
이제 그의 나이 서른아홉,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그 나이 또래 남자배우들은 대게 과거의 캐릭터를 답습하거나 누군가의 삼촌, 아빠, 가장 역할로 일관하곤 한다.
“아직까지 나이 때문에 역할에 제한을 받지는 않지만 아마 몇 년이 지나면 할 수 있는 역할이 줄어들 것 같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커지곤 해요. 미국의 잭 니콜슨만 봐도 60세 넘어서까지 주인공을 맡곤 하는데 한국에서는 나이 든 선배연기자들이 주인공을 맡으면 작품의 인기가 떨어진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다행히 요즘은 조금 나아지는 추세인 것 같아요.”
때문에 이서진은 더욱 장르드라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방송국도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인 막장 드라마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향한 나래를 펼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막장드라마로 승부를 보는 시대는 지난 것 같아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 좀 본다는 사람들은 일드나 미드에 푹 빠져있죠. 그들이 만들어내는 깊이있는 장르드라마를 통해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을 수박 겉핥기처럼 말도 안되는 인연의 멜로물로 잡으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이서진은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과거에 연연하기보다는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감을 즐기는 연기자다. 그러한 이서진의 선택이기에 드라마 ‘혼’에 대한 믿음이 커지는 것이 아닐까.
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