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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 개봉을 하루 앞두고 만난 나홍진 감독은 기대 이상의 호평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매일 영화에 대한 반응을 체크한다"면서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덧붙였다. "출세했지.(웃음) 사실 흥행은 관객의 몫이다. 언론의 호평만으로도 행복하다."
''추격자''는 연쇄살인마를 뒤쫓는 한 남자의 추격전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상당히 어처구니없지만 설득력이 있다. 우연히 경찰에 연행된 연쇄살인마 영민(하정우 분)은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여자를)안팔고 죽였다"고 말하고 경찰과 검찰은 그런 범인을 잡아놓고도 맥없이 풀어준다.
납치된 보도방직원, 미진(서영희 분)을 위해 가장 열심히 뛰는 사람은 전직 비리형사 출신 보도방사장 중호(김윤석 분)다. 정의의 용사와 전혀 상관없는 그가 그리도 열심히 뛴 것은 사실 자신의 재산(?) 피해를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미진의 딸을 보면서 자세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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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감독은 차악이 최악을 뛰쫓는 구도에 대해 "소위 질 낮은 인간도 뛰는데 우리도 좀 뛰자란 바람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경찰이나 검찰도 사건해결하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왜 최악으로 비칠까? 멀쩡한 놈도 군대 들어가면 이상해지듯 집단에 들어가면 왜 사람이 무능해지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나 감독은 이어 "시나리오 집필 시 다중인격자가 됐다"고 밝혔다. "모든 캐릭터의 입장이 돼서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지영민 캐릭터를 쓸 때는 밤 늦게 여자를 멀찌감치 미행하며 그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상상했다."
두 남자의 대결이 중심축인 ''추격자''의 또 다른 주인공은 희생자 미진. 나 감독은 "한 여자와 관련된 주변 인물들의 영화"라고 말한 뒤 유영철 연쇄살인사건 당시 피해 여성에 대한 사회의 편견에 주목했다.
"당시 저렇게 사니까 죽지 그런 반응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녀들은 비난의 대상자가 아니라 생각한다. 때문에 감독은 "관객들이 미진을 꼭 닮은 딸을 보며 죄책감을 느끼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나 감독은 한차례 검찰이나 경찰을 비하할 의지가 있었음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비단 그들뿐만 아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나? 어떤 여자가 죽어가는데 그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 있는가? 그가 죽는 동안 숨 쉬고 있는 모든 것이 증오스러웠다. 때문에 범죄에 둔감해지는 나를 포함한 모두를 비하하고 싶었다."
갈수록 사회가 흉흉해지고 있다. 극중 지영민처럼 미친개가 거리를 버젓이 활보한다. ''추격자''는 묻는다. "도대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