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빈
"노출 따위는 전혀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올드보이' 강혜정, '친절한 금자씨' 이영애,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임수정 등 박찬욱 감독 작품에 출연한 여배우들은 모두 파격적인 모습으로 매번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이영애, 임수정 등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변신으로 여배우로서의 가치를 높이기도 했다. 이번엔 그 주인공으로 김옥빈이 나선다.
김옥빈은 극 중 권태롭고 무기력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던 중 남편의 친구 상현(송강호)를 만나면서 사랑에 빠지고, 억눌렸던 욕망을 거침없이 발산하는 태주 역을 맡았다. 매혹적인 외모와 선과 악을 넘나드는 도발적인 매력은 물론 거침없는 노출도 불사할 예정이다.
김옥빈은 31일 오전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박쥐'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시나리오가 매력적이고, 여자 배우라면 너무나 하고 싶어할 만한 매력적인 인물"이라며 "그 어떤 배우에게도 뺏기고 싶지 않았고, 노출 따위는 이 영화를 선택함에 있어 전혀 신경 쓸 게 못됐다"고 자신했다.
이어 "노출신도 열정적이고, 즐겁게 찍었다"며 "마당에서 실컷 뛰어놀 수 있도록 풀어놓았다. 그냥 막 뛰어 놀았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 송강호와 호흡을 맞춘 김옥빈은 "시나리오를 본 후 상현 역에 송강호 외에 다른 사람이 생각나지 않았다"며 "진정한 배우가 어떤 것인지를 느꼈다. 뭐든 배우고 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박찬욱 감독은 김옥빈을 캐스팅하게 된 뒷담화를 들려줬다. 박 감독은 "함께 일해 왔던 촬영감독이 '다세포 소녀'를 찍었는데, 김옥빈을 추천했다"며 "사실 나는 영화나 드라마 등 출연작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일이 될려고 그런건지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박 감독은 "태주 역에 약간 불안정한 느낌을 가진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김옥빈이 그랬다"며 "변화무쌍한 배우다. 아마 영화를 보고 나면 한국에 이런 여배우가 있었나 하고 놀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실제 캐스팅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박 감독은 "처음 만난 날 와인을 마셨는데, 3만원인 줄 알고 마셨던 와인이 30만원 이었다. 그것도 2병을 마셨다"며 "큰 돈을 쓰고 나니 너무 아까웠다. 그게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고 말해 웃음을 만들었다.
'박쥐'는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 받고 뱀파이어가 된 신부(송강호)가 친구의 아내(김옥빈)와 치명적인 사랑에 빠져 남편을 살해하자는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게 된다는 내용으로 4월 30일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