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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살이 빠진 얼굴에서는 더 이상 반항적인 고교생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갸름해진 얼굴 한 구석에서는 고뇌의 흔적이 역력했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청춘 스타 정일우가 조선시대 민중영웅으로 돌아왔다. MBC 수목드라마 ‘돌아온 일지매’(극본 김광식 연출 황인뢰)의 주인공 일지매 역을 맡은 정일우는 시작부터 높은 벽을 넘어야만 했다. 6개월 전 방영된 SBS ‘일지매’의 이준기와 비교, 고질적인 발음과 연기력 논란은 말할 것도 없고 작품 속 독특한 내레이션 방식인 ‘책녀’ 논란에 일지매가 보이지 않는다는 혹독한 평가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정일우는 이 모든 것을 의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지적은 각오하고 있었기에 질타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지금 방송되고 있는 장면은 지난해 7월 께 촬영한 일지매의 성장기에요. 아마 7-8회부터는 일지매에게도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연기적으로 더 나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청자 분들이 보시기에 미세한 변화를 느끼실 수 있으리라 여겨져요.”
영화 ‘조용한 세상’,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영화 ‘내사랑’ 등 단 세편의 필모그래피로 스타가 된 정일우에게 ‘돌아온 일지매’는 첫 정극 연기 도전인 셈이다. 첫 도전을 사극으로 선택한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 게다가 감독은 신인들의 맹조련사로 소문난 황인뢰 PD다. 정일우는 “감독님께서 절대 정일우가 나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며 ‘일지매’가 되는 과정의 어려움을 소개했다.
“촬영 초반 제 나름대로 일지매 캐릭터를 분석했더니 감독님께서 이건 아니라며 야단을 치셨어요. 감독님께서 원하신 건 원작의 ‘일지매’ 그 자체였죠. 아직도 촬영할 때면 저도 모르게 정일우가 튀어나와서 종종 혼나곤 해요. 말투나 표정에서 저도 모르게 정일우가 튀어나올 때마다 뜨끔하죠.”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일지매’에 대해 “어딘지 모르게 슬픈 눈빛을 가졌을 것”이라고 다소 막연하게 설명했다. 아마도 원작 속 캐릭터를 변형시키는 것을 원치 않았던 황인뢰 감독의 철저한 훈육 때문일 법하다.
“무엇보다 감독님이 원하셨던 건 연기할 때 정일우스럽지 않게 연기하는 것이었어요. 실제 정일우는 어떠냐고요? 이제까지 제가 연기했던 모든 작품 속에 제 모습이 녹아있었죠. 아마 ‘일지매’ 속에도 제가 알지 못하는 제 모습이 발견되리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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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매’ 연기를 위해 정일우는 닌술과 장백검법, 은조권 등 듣도보도 못한 온갖 무예를 섭렵했다. 어린 시절 검도, 합기도 등 무술을 배웠던 정일우지만 액션 연기는 쉽지 않은 도전이라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검도나 합기도는 단순히 심신을 단련하는 스포츠지만 일지매가 사용하는 액션은 사람을 죽이는 무술이잖아요. 처음 배우는 단계부터가 달라요.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서 방어하고 공격하는, 그야말로 실전이죠.”
정일우는 ‘거침없이 하이킥’ 촬영 때도 유난히 연기욕심이 많은 것으로 유명했다. 신인이었지만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하면 몇 번이고 연습을 하는 모습이 관계자들의 눈에 띄었던 것. 영화 ‘내사랑’ 언론시사회 직후 자신의 연기에 실망해 시무룩했다는 일화는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서 종종 회자되곤 했다. 그만큼 이 젊은 연기자의 마음은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꽉 차 있다.
“연기력에 대한 질책이 많은데 이미 촬영한 분량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으려고 해요. 다만 열심히 하면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아직 젊으니까 매년 드라마나 영화를 한편씩 소화하면서 제가 알아야 할 것들을 배워나가려고요.”
소년에서 어른으로, 정일우는 일지매처럼 서서히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흔적을 지우고 영웅 일지매로 기억될 그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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