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네발, 점심에 두발, 저녁에 세발로 다니는 동물은?'이란 스핑크스가 인간에게 던진 이 질문의 답은 누구나 알고 있듯 '사람'이다. 여기 진리처럼 여겨졌던 이 질문과 정반대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80대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는, 즉 거꾸로 인생을 살아가는 벤자민이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시간을 거꾸로 살아가는 벤자민(브래드 피트)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거꾸로 살면서도 '희노애락'의 감정은 보통 사람들과 똑같다. 때문에 한 여인과 사랑을 나누고, 거친 세상과 맞서고, 가족을 생각하는 그의 삶이 더 안타깝고, 애절하게 느껴진다. 또 벤자민의 삶을 통해 보통 사람들의 삶까지도 되돌아보게 한다.
이처럼 소재 하나만으로도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또 80대 노인부터 20대 청년까지를 연기한 브래드 피트는 실제 거꾸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처럼 호연을 펼쳤다. 브래드 피트의 꽃다운 20대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점도 흥분을 일으킨다.
어느 기차 역에 '거꾸로 가는 시계'를 설치하는 것으로 시작한 영화는 그 시계가 제대로 가는 디지털 시계로 바뀌면서 끝을 맺는다. 영화 전체를 상징해주는 동시에 벤자민이 살아가야 할 여정과도 동일하다. 80세 노인으로 태어난 벤자민은 생부에게 버림받고 양로원에 살면서 노인들을 돌보는 퀴니(타라지 헨슨)의 손에 자라난다. 여느 가정처럼 사랑을 받고 무럭무럭 커가는 벤자민은 해가 갈수록 젊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외모는 특이하지만 벤자민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과 전혀 다를게 없는 지극히 '보통' 사람일 뿐이다. 자신을 키워 준 퀴니의 죽음에 슬퍼하고, 생모를 그리워하고, 또 사랑의 애틋함과 아픔을 경험한다. 남들처럼 가정을 꾸리고, 행복한 삶을 갈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40대에 첫사랑 데이지(케이트 블란쳇)와 가정을 꾸린 뒤 딸이 태어나면서 영화는 벤자민의 고민과 현실적인 아픔을 담아낸다. 점점 어려지는 자신과 점점 성장하는 딸 때문에 단란한 '행복'을 포기해야만 한다. 상상만해도 그 고민과 아픔은 전달된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계속 들으면 질리듯, 흥미로운 소재임은 분명하지만 166분 동안 집중력있게 벤자민의 삶을 따라가기엔 힘이 든다. 화려한 볼거리나 눈물겨운 사연 등 극적인 사건은 실상 그다지 많지 않다. 단지 독특한 소재 하나만으로 166분을 앉아있기엔 다소 좀이 쑤신다. 2월 12일 개봉.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