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 장당 육십만 원에서 많게는 팔십만 원 이상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사실 부르는게 값이죠"
서울대 미대 입시 전형과정에서 실기시험을 보완하기 위해 수험생들이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작품집인 ‘포트폴리오’에 들어가는 그림들을 한장당 수십만 원에 사고팔거나, 아예 작품집을 대신 그려 주는 편법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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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에 60만 원, 최고 천만 원
‘포트폴리오’란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슬라이드 형태로 모은 그림 모음집으로, 서울대 미대 입시에서 25%의 비중을 차지하는 면접 및 구술전형의 필수 제출 자료이다. 2009학년도 서양화과 정시 모집에서도 오는 12일에 수험생 한 사람당 15장의 포트폴리오를 접수하고 있다.
서울대 미대는 학생들의 창의성과 개성을 반영하기 위해 지난 99년부터 10년 가까이 포트폴리오 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다.
문제는 서울대 미대 합격을 위해 포트폴리오로 제출하는 그림들을 한장당 수십만 원, 15장을 합해 최고 천만 원 이상의 돈을 받고 대신 그려주거나, 그림 자체를 사고 파는 뒷거래가 성행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원본 대조 없이 슬라이드로만 제출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직접 그렸는 지 아니면 누가 대신 그려줬는 지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서울대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대부분 학원 강사들의 도움을 받아 그리거나 일부 돈을 받고 아예 대신 그려주는 일이 다반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대 서양화과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이지선(21·가명) 양은 "강남에서는 보통 한 장당 60만 원에서 80만 원 이상을 받고 그림을 사고파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학원 강사로부터 직접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실상을 밝혔다. 이 양은 또 "주로 강사 등 아는 미술관계자를 통해 은밀하게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 돈은 부르는게 값"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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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생 김준석(21, 가명)군도 "포트폴리오는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다"면서 "재수, 삼수생들 사이에서는 서울대 합격을 위해서 상당한 목돈을 들여 포트폴리오를 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도에 서울대 미대 서양화과를 지원했던 박 모(21)양은 “지난 2007년 겨울 모 입시학원에서는 원장이 아예 콘셉트에 맞춰 직접 그려주겠다는 제의를 해왔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
박 양은 “포트폴리오 그림을 대신 그려주고 거기에 맞게 면접 준비까지 시켜주는 학원들도 있고, 몇몇 유명 작가들은 음성적으로 비싼 가격에 만들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수 입맛대로" 학원이 직접 알선…'포트폴리오 제도' 지적 실제로 기자가 입시 학원가를 직접 취재한 결과, 포트폴리오용 그림들을 대신 그려주거나 슬라이드를 구해주겠다고 나선 학원들이 다수 있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한 입시학원관계자는 “작년에도 포트폴리오를 한 달 만에 급하게 준비해 서울대에 합격시킨 학생이 있었다”면서 “서울대 서양화과 교수들의 취향에 맞게 그림들을 모두 맞춰주겠다”고 나섰다.
홍대 앞 한 미술학원에서는 “학원비에 100만 원을 추가하면 선생님들을 동원해 대신 그려줄 수 있다”고 제의하기도 했다.
돈을 주고 미대를 졸업한 사람들의 슬라이드가 직접 오가기도 한다.
강남구의 또 다른 미술학원 관계자는 “한 장당 25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를 지불하면 해외 유학을 준비하던 미대 전공자의 슬라이드를 구해줄 수 있다”면서 그림 암거래를 직접 알선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포트폴리오 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한 수험생은 "입시제도가 문제"라며 "대학 가기 위해 목숨을 거는 상황에서 누구라도 드러나지만 않는다면 큰 돈을 내고라도 '대작'(代作)을 제출하려 할 것 "이라고 제도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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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수험생은 "선생님이 해준다면 누구나 잘하는 것으로 보일텐데, 그렇게 해서 합격하면 실제 서울대에 들어갈 실력은 아니지 않냐" 고 반문했다.
이에 포트폴리오를 시행하고 있는 서울대 서양화과 측은 "교수들의 경험이 많아 학생들의 그림을 일부 구별해 낼 수 있다"고 해명하면서도 "대작이 발생할수 있다는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부작용보다 장점이 많다고 판단했다"며 입시부정 가능성을 사실상 시인했다.
하지만 서울대 내에서도 해마다 십대 일 이상의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는 미대 입시과정에서 돈을 주고 대작을 제출하는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학교 측에서도 입시부정을 방관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