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신(龍神)이 산다’는 그 곳, 대개 강 ·바다 ·설산(雪山)의 기슭 등에 있는 ‘용왕의 궁전’이 바로 사전적 의미의 용궁이다.
전설 속에서나 있을 법한 용왕의 궁전은 실제 어떤 모습일까. 용왕의 수정궁, 용왕의 딸이 사는 또 다른 궁궐이 숨어 있는 곳이라 용궁이라 불리는 곳이 중국 안순에 있다.
안순시에서 남쪽으로 27km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총 면적 60㎢의 룽궁(이하 용궁)은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유동을 자랑하는 국보급 명승지이다.
땅 아래 숨은 종유동과 동굴폭포들이 중심으로 수려한 전원경치, 호수원림이 깃들어있는 용궁. 특히 물이 채워진 지하동굴을 약 20분간 배를 타고 들어가 주변 경관을 바라보는 것은 이 곳 관람의 백미다.
용궁의 매력은 초입길에서 시작된다. 용문 오른쪽으로 쏟아져 내리는 높이 45m, 수심 43m의 폭포가 곧 용궁의 입구다. 출입문 자체가 천하절경인 셈.
배를 타고 들어간 용궁 안에서는 노 젓는 소리와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 탄성만이 고요한 동굴의 정적을 깰 뿐이다.
심심협곡에 숨어있던 용궁이 세상에 처음 공개된 건 지난 80년대. 서부 대개발의 바람을 타고 수억 년 숨겨온 속살을 드러내긴 했지만 총 길이 5km에 달하는 용궁에서 현재 관광이 가능한 지역은 840m뿐 아직은 대부분이 ‘미개척’ 상태다. 앞서 소개한 황과수폭포가 안순의 허리라면 용궁은 심장이라는 게 이곳 사람들의 전언이다.
태초의 자존심만을 강조할 뿐 모든 문명을 거부했던 용궁. 이제야 조심스럽게 낯선 이방인들과 눈을 맞추고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한 이곳이 동굴의 푸근함과 기암괴석의 웅장함으로 우리를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