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헌
요즘 잘나가는 가수 박지헌(30)의 새해 소망은 "VOS가 좋은 사람이라고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는 이제 막 나선 자신의 홀로서기보다도 팀 알리는데 더 적극적이었다.
군대 제대 후 3년만 더 해보자고 했던 약속이 지금까지…군 제대 후 27살에 가수로 데뷔한 그는 가수로서 데뷔만 하면 다 되는 줄 알았다고 한다.
"데뷔 후는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뭘 모를 때였지요." 17살 박지헌은,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그룹을 만들어 언더그라운드 생활을 했다. 하지만 친구들 한 명씩 군대에 가면서 꿈꾸던 것들은 하나씩 사라져갔다.
"다시 만나도 꿈에 대해 대화도 없어지고, 저는 버티다가 22살에 군대에 갔어요. 끝까지 고집을 부리다가 제일 늦게 가서 또, 제일 늦게 제대했지요."
군대를 다녀온 후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꿈이나 음악 얘기를 하면 친구들은 저한테 아직도 정신 못 차렸느냐고 하더라고요.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어 3년만 더 해보겠다고 약속하고 무작정 서울에 올라왔어요."
월 18만원 하는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그러나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3년이라는 약속이 끝날 무렵,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솔로 음반을 준비하기로 한 음반 기획사를 만났을 때 학교 교수님께 남성 3인조 제안을 받았어요. 고민 끝에 두 동생이 있는 곳으로 회사를 옮겼고, 그렇게 우리들의 화음을 만들어낼 수 있었어요.
이후 그를 바라보는 지인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친구들은 '기적'이라는 표현까지 쓰더라고요. 그 친구들도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싶어요."
'쇼바이벌'의 최대 수혜자는 나
박지헌 2
2004년 데뷔한 VOS는 2장의 앨범과 3장의 싱글 음반을 낸 그룹이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얼굴을 알리게 된 것은 2집을 발표한 후인 2007년 신인가수 발굴 프로그램 MBC '쇼바이벌'의 1대 가수왕에 오르면서부터다. 실력을 발휘하게 된 기회였지만 실수로 빚어진 비난도 견뎌내야 하는 시련의 시간이었다. 박지헌의 '삑사리 곤욕' 때문이었다.
"그때 당시는 정말 죽고 싶었어요. 데뷔도 늦게 하고 정말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많은 경험을 했는데 그거랑은 비교도 안 되더라고요. 전 국민에게 몽둥이로 맞은 기분이랄까요? 숨을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최대한 솔직하게 보여주자고 마음먹게 됐지요."
박지헌은 그 이후 사람들의 비난 여론 속에서도 동정심을 얻었다.
"인간적인 평범한 코드가 노출되면서 휴머니즘이 전해진 것 같아요. 제가 살아왔던 삶이 묻어 나왔고, 리얼리티라 자연스럽게 어필이 됐던 것 같기도 하고요."
VOS는 믿음 소망 사랑의 '삼위일체'첫 앨범을 내놓는 솔로 가수 인터뷰인데도 박지헌은 팀 자찬(自讚)을 빠뜨리지 않았다.
"VOS는 기가 막힌 그룹이에요. 셋 모두가 다른 사람들이거든요. 저는 기독교이고, 현준이는 천주교, 경록이는 불교예요. 서로 종교도 다르고 성향도 달라요. 그런데 묘한 코드로 조화를 이루죠. 한 마디로 행운이 만들어낸 그룹이에요."
그는 VOS가 '삼위일체'라며 멤버 한명 한명을 믿음 소망 사랑에 비유했다.
"이 중에서 제가 만약 '사랑'이라면 사랑으로서의 느낌만 전해주고 믿음과 소망은 흐름에 맡겨야 하는 것을 배웠어요. 어느 순간 그게 느껴지더라고요. 다 채우려고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은 느낌이요."
박지헌은 '보고싶은 날엔'으로 각종 음악 차트를 휩쓸며 인가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그는 "이번 노래가 트렌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러운 감이 있다"면서도 "많이 나왔던 노래지만 느낌을 바꾸려고 노력하면서 계속 다른 코드를 시도한 것이 많은 분에게 사랑받은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이어 "앞으로도 VOS 박지헌으로 다가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