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사자왕' 이동국(29·미들스브러)은 한일월드컵 최종 엔트리 탈락 이후 기나긴 슬럼프에 빠져 들었다. K리그에서도 부진이 이어지자 이동국은 2003년 광주 상무 입대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당시 소속팀 포항이 이동국의 대체 요원으로 점찍었던 인물이 바로 '꺽다리' 우성용(34·울산 현대). 우성용은 이동국이 광주에 입대한 직후인 2003년과 2004년 포항의 주득점원으로 활약하며 50경기에서 25골을 기록했다.
K리그에서 한번 연출됐던 이동국과 우성용의 '바톤 터치'를 국가대표팀 무대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대표팀 주전 스트라이커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두 선수가 똑같은 무대에서 전후반 시차를 두고 출전하는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핌 베어벡 감독은 29일 오후 8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라크와의 평가전을 하루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서 "이동국이 선발로 전반 45분을 뛰고, 우성용이 후반에 출전한다"고 예고했다.
이동국이 축구대표팀 경기에 나서는 것은 무려 1년4개월 만이다. 이동국은 지난해 3월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앙골라와의 평가전에 선발 출전해 박주영(서울)의 결승골을 도우며 한국의 1-0 승리를 이끌었지만 다음달 5일 열린 인천과의 K리그 경기 중 십자 인대 파열을 당해 6개월 이상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다. 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도 밟지 못했다.
이동국은 지난해 10월29일 수원전을 통해 복귀했지만 이후 프리미어리그 진출과 부상 등으로 대표팀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하지만 베어벡 감독은 부상에서 회복 중인 이동국을 아시안컵 대표팀에 전격적으로 선발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지난 두차례의 아시안컵에서 무려 10골을 터뜨린 이동국의 파괴력과 경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동국이 아시안컵에서 확실한 주전자리를 꿰찼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조재진(시미즈)과 우성용이라는 라이벌들을 넘어야 한다.
아직 컨디션이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한 조재진 대신 이번 이라크전서는 우성용이 이동국과 기량을 다툰다. 이날 후반 교체 출전할 우성용은 전반에 먼저 선발 출격할 이동국과 자연스럽게 기량을 비교해볼 기회를 얻었다.
34살의 우성용은 A매치 경력이 단 10경기(4득점)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K리그 득점왕에 오를 정도로 기량은 충분하다. 오히려 K리그 경력과 골수는 우성용이 이동국을 한참 웃돈다.
이미 우성용은 지난 2003년 포항에서 "이동국의 빈자리를 메웠다"는 찬사를 이끌어낸 바 있다. 대표팀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연출될 수 있을까. 무대와 장소를 바꿔 또 다시 시간차를 두고 펼쳐지고 있는 두 선수의 대결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동국 "팬들도 기대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디오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