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비트 제공)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시작했다. 이번 회의에서 연준이 월 150억 달러(약15조8000억원) 남은 3차 양적완화를 종료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인 가운데 금리 인상에 대한 언급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헬리콥터로 돈 뿌리기' 이번 달 말 종료 양적완화는 미국 중앙은행이 채권 등 자산을 매입해 시중에 현금을 푸는 것으로 주류 경제학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었다. "헬리콥터로 공중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는 데서도 알 수 있듯 경제학 교과서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정책이었다. 침체된 시장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세 차례에 걸쳐 무려 4조 달러가 풀렸다.
따라서 양적완화가 종료된다는 것은 일종의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볼 수도 있다. 양적완화를 통해 목표했던 바를 이루었냐 여부와 관련해선, 일단 지표 상으로 성공이라고 부를 만한 여지가 보인다.
미국 실업률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0%에 육박하던 것이 올해 9월 5.9%로 떨어졌다. 경제 성장률은 2분기에는 4.6%를 기록해 201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주택판매 등 세부지표도 6년 전 상황을 회복했다. 다우존스 등 주가는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을 거듭하다 못해 거품 논란까지 일으켰다.
◈ 한국 비롯한 신흥국에 버팀목 역할...종료되면?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도 양적완화의 덕을 봤다. 매달 시장에 쏟아진 수백억 달러어치 달러가 수익률을 쫓아 왔기 때문이다. 그간 우리 코스피 시장을 지탱해줬던 게 외국인이었던 이유도 여기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가 신흥국에 일종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셈이다.
연준이 일찌감치 양적완화의 10월 종료를 예고해왔음에도, 양적완화 결정 여부에 세계가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상수지 적자에 허약한 외환보유고를 가진 신흥국들 입장에선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6월 양적완화 종료 시점이 처음 언급됐을 때 터키와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주가가 뚝 떨어졌었다.
한국 시장의 경우 양적완화 종료에 따라 금융 시장의 변동성은 있겠지만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 "FOMC 이벤트가 주식시장에 주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양적완화에 따른 우려가 이미 시장에 반영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사라져 시장이 회복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 금융보다 실물 쪽으로 영향 더 클 듯주식 등 금융 시장보다 우려되는 것은 실물 경제다. 미국의 양적완화가 우리 증시를 받쳐주고 정부가 최경환노믹스 등을 통해 드라이브를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과 소비, 투자 등 실물 경제는 만족스러운 회복세에 들어서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양적완화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낮춰 우리의 대미 수출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양적완화 종료가 재정, 통화 정책을 총동원한 미국 경기부양책의 '출구전략'임을 감안하면, 금리인상의 가능성까지 함께 염두에 둬야 한다. 양적완화와 낮은금리는 '돈풀어 경기부양하기' 정책의 한 세트다. 시장이 연준의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상 시기를 구체적으로 제시할지 아니면 '상당 기간(for a considerable time) 저금리 유지' 문구를 이어갈지 관심을 집중하는 이유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는 27일 자료에서 미국이 금리를 조기 인상해 미국 성장률이 하락하고 시장금리가 급등할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쇼크발생 시점으로부터 1년 동안 1%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자본이 유출되고 실물 경제에서는 대미수출이 둔화되기 때문이다.
◈ '돈 풀기' 논리는 비슷한데...대외 변수에 압도당하는 최경환노믹스
최경환노믹스는 기본적으로 양적완화와 논리가 비슷하다. 최 부총리는 취임 직후 41조원을 풀었고 한국은행은 최근 금리를 2%까지 떨어뜨렸다. 양적완화가 종료된 마당에 미국의 금리인상은 시기가 문제일 뿐 방향은 정해진 상황이다.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정부는 대폭적인 정책수정이 불가피해진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27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도 올려야 하는데, 부동산 활성화와 한국은행만 믿고 대출을 받은 사람은 어떻게 하고 금융기관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지적했다.
특히 최경환노믹스가 4조 달러를 푼 미국이나 '윤전기 아베'의 일본처럼 총알이 많은 것도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이 감행했던 경기부양 정책과 비슷하면서 규모는 작다보니, 비판을 감수하고 거둘 효과도 미미할 거라는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최경환노믹스는 미국과 일본의 정책처럼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부동산경기에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쳐왔던 과거 부양책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형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경환노믹스가 독립된 변수로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려면 어느 정도 규모가 돼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대외변수에 압도되면서 특정 분야, 예를 들면 부동산 같은 곳에만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