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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부실 국감'… 모욕·막말 논란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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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검열'과 단통법 문제 등에서는 '정책 국감' 가능성 보여

쌓여있는 국정감사 자료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역대 최다 규모인 672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회 국정감사가 27일 막을 내렸다. 분리 국감 무산과 짧은 준비 기간에 따른 의원들의 준비 부족에다 자료 미제출과 출석 불응 등 피감기관의 불성실한 태도로 올해도 '부실 국감'이란 비판이 반복됐다. 다만 결정적 '한 방'이 사라진 대신 '사이버 검열' 논란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문제 등에서는 '정책 국감'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국감은 시작 전부터 '맹탕 국감' 우려를 들었다.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8월말로 예정된 분리 국감이 무산된 데다 불과 일주일을 앞두고 국감 일정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피감기관은 지난해보다 42곳 늘어난 672개 기관으로 역대 최다 규모였는데 준비 기간은 그 어느 해보다 짧았다.

정부와 피감기관의 불성실한 태도는 여전했다. '하루만 버티면 된다'는 식으로 자료 제출을 미루다 국감 전날에 수십건의 자료를 한꺼번에 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개인정보 보호나 영업비밀을 내세우며 핵심 내용은 뺀 채 '껍데기'만 제출하는 경우도 많았다. '의원실에서 산하기관으로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 기관별 소관과가 답변서를 스크린한 후 제출되도록 전파할 것' 등의 내용이 담긴 산업통상자원부의 '장관님 지시사항 - 의원 요구자료 처리지침'도 문제가 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집계한 국감 방해 사례만 46건에 달한다.

피감기관들이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모욕하는 일도 잦았다.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당초 23일로 예정된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을 앞두고 돌연 중국 출장을 떠났다. 기관 증인이 국회의 출석 요구를 무시한 최초의 사례가 될 뻔 했다. 결국 27일에야 국감장에 불려나온 김 총재는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유인물로 대체하기로 한 업무보고를 구두로 직접 해야한다고 고집하다 질타를 받았다. 새누리당 소속인 정우택 정무위원장조차 "국회의원들 설득하러 왔냐"며 목소리를 높일 정도였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2차관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었지만 하루 전날 불출석 의사를 전달했다.

막말이나 인격 모욕 논란도 되풀이됐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새정치연합 설훈 의원은 윤종승(자니윤)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에게 "인간은 연세가 많으면 판단력이 떨어진다. 79세면 쉬어야 한다"고 말했다가 '노인 폄하' 논란을 불렀다. 여당의 사과 요구에 설 의원은 '본의가 왜곡됐다'며 맞섰고, 여야는 17일 이 발언 이후 국감 때마다 충돌했다.

국감 시간에 동료 의원을 비하하는 쪽지를 주고받다 발각되는 일도 있었다. 새누리당 송영근, 정미경 의원은 국방위원회 국감에서 새정치연합 진성준 의원을 겨냥해 "쟤는 뭐든지 삐딱! 이상하게 저기 애들은 다 그래요!"라는 내용의 쪽지를 주고받았고, 이완구 원내대표가 대신 사과하기도 했다.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증인 채택 문제로 국감이 공전을 거듭하는 와중에 휴대전화로 비키니를 입은 여성의 사진을 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부실 국감'의 구태가 여전했다는 비판 속에서도 분명 성과는 있었다. 지난해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처럼 뜨거운 한 방은 없었지만 '카카오톡 사찰'과 단통법 논란, 그리고 판교 참사 반복에 따른 안전 문제 부각 등 국민의 실생활과 직결된 이슈가 부각되면서 대안을 모색하는 '정책 국감'의 단초를 보여줬다.

(자료사진)

 

우선 '사이버 검열' 논란의 경우 카카오특 등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감청과 휴대전화 기지국 활용 등 수사기관의 광범위한 사생활 침해가 문제가 됐다. 2,50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에 넘어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관행적인 '기지국 털기' 수사 기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고, 일반 국민들도 프라이버시 침해에 조금 더 경각심을 갖게 됐다.

단통법과 관련해서는 여야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부작용에 대한 질타를 쏟아낸 덕분에 실제 휴대전화 가격 인하로 이어지는 성과를 올렸다. 아울러 분리공시제 무산에 따른 허점을 보완하고자 여야 모두 경쟁적으로 개정안을 제출했다. 국감 후반부에는 경기도 판교에서 환풍구 추락사고가 일어나면서 전국의 환풍구에 대한 일제 점검이 실시되는 등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반복되는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이 화두가 됐다.

이밖에 새정치연합은 이명박 정부 시절 이뤄진 해외자원 개발사업과 관련해 천문학적 규모의 손해를 고발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통영함 등 군의 방산비리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나아가 각각 진상조사단을 꾸려 국정조사나 청문회를 추진하는 등 국감 이후에도 자원외교와 방산비리 문제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한편 겸임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원회와 정보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는 28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령부 등을 대상으로 국감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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