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회를 방문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과 회동을 하기로 하면서 국정운영에 순풍으로 작용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는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그동안 시정연설은 주로 국무총리가 대독해 왔지만, 박 대통령은 총리의 대독관행에서 벗어나 직접 국회에 참석해 발언하겠다고 지난해 시정연설에서 약속함에 따라 올해도 직접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서게 됐다.
청와대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국회에 직접 나가 시정연설을 한 사례도 드물지만, 2년 연속 직접 시정연설을 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 처음이라며 언론에서 높이 평가해 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27일 기자들을 만나 "이번 연설은 박 대통령의 약속 실천과 더불어 국회를 존중하고 국민에 대한 예의를 다하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통령이 국회를 자주 찾는 것은 그만큼 국회를 존중한다는 하나의 상징적 의미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만 하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국회에 나가 직접 시정연설을 한 역사는 짧다. 시정연설을 처음 한 대통령은 노태우 대통령으로 13대 국회 시절인 1988년 10월 4일에 본회의장에 섰다. 이후 15년 동안 총리가 시정연설을 대독하다가 두 번째로 대통령의 직접 시정연설이 이뤄진 것은 노무현 대통령 집권 첫 해인 2003년 10월이다. 5년 뒤인 2008년 10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시정연설을 했고, 그로부터 또 다시 5년 뒤인 지난해 11월에는 박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섰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직접 시정연설을 하고, 약속을 지키는 차원에서라도 앞으로 3년 동안 계속 직접 국회에 출석해 시정연설을 하면 대통령이 직접 시정연설을 하는 관행이 자리잡힐 수도 있다.
하지만 시정연설을 대통령이 직접하느냐 못지 않게 어떤 내용을 담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시정연설이 예산안을 설명하는 연설이라고 해서 꼭 법과 돈에만 얽매이는 것은 아니다. 재정에 관한 사항 뿐 아니라 국정 전반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이 담길 수 있고, 이런 연설이 전국민에게 생중계됨으로써 대통령으로서는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의미도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합격점을 받기는 힘들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문제로 꽉 막힌 정국을 푸는 데 전혀 도움이 안됐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정부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안들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앞에 진상을 명확하게 밝히고,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는대로 책임을 물을 일이 있다면 반드시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미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언급했던 내용으로 전혀 새로운 게 없었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여러 모로 사정이 다르다. 우선, 여야 간에 쟁점 법안들이 많고, 각종 이슈에 대한 시각차도 크지만 '세월호 정국'을 통과한 상태여서 지난해 만큼 여야 갈등이 첨예하지는 않다.
박 대통령의 처지도 지난해 시정연설 때와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에는 영국, 프랑스, 벨기에 순방 이후 60%대에 이르는 고공 지지율을 힘으로 국정을 주도하면서 경제활성화법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했다.
올해도 경제활성화법의 조속한 통과를 똑같이 요구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지율이나 객관적인 경제지표, 국내외 여건 등에서 지난해만 못하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연내 처리를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어서 지난해처럼 야당을 몰아붙이기가 쉽지 않다.
야당도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지지율이 바닥이어서 청와대.여당과 마냥 대립각을 세우기 힘든 상황이다. 세월호특별법, 공무원연금 개혁안, 새해예산안,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 간에 '기브 앤 테이크'식의 타협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시정연설 뒤에 개최되는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 의장의 회동도 시정연설 못지 않은 '메인 이벤트'다. 이 이벤트는 이달초 한 언론사 창사 기념일에서 만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의기투합하면서 단초가 마련됐다.
박 대통령은 29일 회동에서 시정연설의 내용들을 다시 한 번 요약한 뒤 국회의 초당적인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에게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장으로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개헌 발언과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시점 등을 놓고 청와대와 여당,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거리가 멀어진 상황이어서 이날 두 사람이 어떤 얘기를 주고 받을 지도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