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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지금은 김무성 때리지만…내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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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20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기자들) '내일이면 취임 백일인데 할 얘기는?'

(김무성 대표) "내일이 백일인가? 잔치할 만한 상황이 안 되잖아. 국감중인데 뭐. 그냥 조용히 넘어가겠다. 다른 이벤트 없이 하겠다"

이때 까지만 해도 김 대표는 100일 경과에 대해 내심으로는 흡족해했다.

하루 뒤인 21일 국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의원회관.

과거 대통령들 같았으면 집권 여당 대표 취임 백일을 맞아 대통령이 축하난(蘭)이라도 보냈겠지만 난은 커녕 축하치고는 상당히 격한 비판만 날라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자신의 이름을 익명으로 써달라는 전제 아래 "여당 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개헌을 언급했다고 생각 안 한다"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비판 직후 기자들은 '취임 100일인데 너무 조용히 넘어가는 것 아닌가요?' 물었고 김무성 대표는 "기념은 무슨…뭐 100일이라고 잔치를 할거야, 뭘 할거야"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누가 그런 말을 한거야"라고 되물었다.

청와대의 작심 비판을 듣고 난 뒤의 표정은 어두웠고 내면으로는 분을 삭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를 두고 여당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의 여당 대표 때리기"라고 분석했다.

청와대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해 두 차례의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하나는 개헌론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공무원연금개혁 문제다.

김무성 대표가 개헌 봇물 발언에 대해 하루 만에 대통령에게 사과를 하며 '꼬리'를 내렸음에도 청와대는 21일 실수가 아니라며 작심하고 비판했다.

김 대표가 대통령의 아셈 순방 중에 개헌론의 불을 지핀데 대한 불쾌함을 들어 공개적으로 면박을 준 것이다.

10일 전 "개헌론은 경제를 삼키는 블랙홀"이라며 제동을 걸었음에도 김무성 대표가 "개헌론이 봇물처럼 터질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한 대응치고는 아주 격하며 마치 부하 직원에게 하듯, 또는 야당 대표 대하는 듯한 청와대의 비판이다.

청와대는 또 공무원 연금개혁과 관련해서도 김무성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 대표가 "공무원 연금개혁에 대해 아무도 설명을 하지 않았다. 백 만 공무원을 적으로 만들 수 있으니 현실을 고려하자"며 속도조절론을 폈다.

김기춘 실장은 지난 19일 밤 당정청 회의에서 "연내에 공무원 연금개혁을 해야 한다. 공무원 연금개혁의 시간을 끌면 함께 일하기 힘들다"고 김 대표를 몰아세웠다.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해 데스크포스팀(T/F)을 만들고 개혁에 나서기로 했지만 김 대표의 말처럼 쉽지 않은 개혁이다.

박 대통령으로선 당장은 욕을 먹더라도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

그러나 여론을 먹고 사는 당으로선 당의 논리가 있다.

공무원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고 야당은 물론이거니와 여당 내에서도 청와대 연내 입법화에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

김무성 대표가 개헌 봇물 사과를 하고 공무원연금 개혁에 시간을 달라고 했음에도 청와대가 발끈하며 김무성 대표를 공격한 것은 여당 대표의 독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청와대의 스타일이다.

여당은 청와대와 손발을 맞춰야 한다는 과거의 당청운영 방식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후퇴한 양상이다.

김 대표가 개헌 봇물론을 펴 박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것을 일종의 실수(?)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도 청와대가 발끈한 데는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사이에 신뢰가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 이명박 정부 때 세종시 문제로 갈라선 이후 관계복원을 시도하고 당 대표가 된 이후 공개적으로 박 대통령을 잘 모시겠다고 했음에도 청와대는 여전히 냉소적인 시선으로 김 대표를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김 대표가 너무 당의 논리를 우선시한다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청와대는 김무성 대표 체제 이후 당이 급속히 김무성 체제로 재편되는 데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최근 들어 김 대표가 조강특위 가동과 사고지구당 정비를 하는 것도 친박 진영과 청와대를 불편하게 한 요인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그래서 청와대가 개헌 봇물 발언과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를 계기로 김 대표 체제를 흔든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청와대로서는 새누리당을 김무성 대표가 하는 대로 놔뒀다간 당이 완전히 김대표에게 장악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의 김무성 대표 작심 비판 이후 김 대표 주변 인사들은 말을 아끼면서도 부글부글하는 모습이다.

어떻게 경선으로 선출된 집권당의 대표를, 또한 개헌 봇물 발언에 대해 꼬리를 내렸다는 표현까지 들어가며 사과를 한 당 대표에게 '면박'을 줄 수 있느냐는 불만의 표정이 역력하다.

그렇지만 말을 아꼈다. 김무성 대표도 "청와대 누가 그런 말을 했느냐"고 물을 뿐 입을 다물었다.

22일 당 최고중진회의에서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김무성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을 그토록 잘 모시려고 해도 받아주질 않으니 이를 어찌한다"고 한탄했다.

김 대표는 정기국회가 끝나는 올 연말까지는 박 대통령의 의중을 존중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내년 초가 되면 자신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청와대가 아무리 막아도 분출할 수밖에 없는 개헌론은 들불처럼 번질 것이고 김 대표로서도 개헌 흐름을 마냥 방관할 수 없을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청와대가 개헌론을 계속 막으면 전면전을 불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참는데 까지는 참겠으나 계속 당과 자신의 위상을 깎아내리고 독자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폭발할 개연성이 농후하다.

그 폭발은 청와대를 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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