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가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 발매 기념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대중적이라고 말씀해주셔서 기쁩니다", "서태지 시대는 90년대에 이미 끝났죠".
5년 만에 돌아온 가수 서태지는 더 이상 먼 기억 속의 전설이 아니었다. 그저 음악으로 소통을 꿈꾸는 9집 가수가 있을 뿐이었다.
'90년대 아이콘', '문화대통령', '가요계의 전설'. 서태지를 수식하는 수많은 미사여구를 벗어던졌을 때, 비로소 그는 자유로워졌다.
서태지는 정규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 발매 전후로 대중들에게 조금 다른 행보를 보여줬다. 일반 가수들의 홍보 활동처럼 각종 예능 및 시사 프로그램에 모습을 비춘 것.
서태지는 20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전과 지금이 특별히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예전에도 앨범 발매마다 토크쇼는 했다"면서 "조금 대중적인 음악을 가지고 돌아왔기 때문에 많은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활동 방식도 달라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간 의도치 않게 신비주의를 고수했던 이유도 밝혔다.
서태지는 "저조차도 신비주의에 대해서는 매번 고민한다"면서 "가수이기 때문에 음악을 만들고, 발표하고, 공연하는 활동 만으로 평가 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신비주의 소리를 듣더라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은 변함이 없다"고 털어놨다.
'많은 이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그의 바람 때문일까. '전보다 대중적인 음악'이라는 평가도 반겼다.
서태지는 "그렇게 말해줘서 기뻤다. 대중적이라면 좀 더 많은 사람이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서태지 신드롬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린 친구들도 서태지가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구나 알았으면 좋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음악을 중심에 둔 만큼, 순위나 후배 가수들과의 경쟁 역시 그에게 크게 의미가 없었다.
서태지는 "성적은 저조하다. 그러나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아이유 덕분에 '소격동'도 오래 사랑 받고 있고, '크리스말로윈'도 기대 이상의 음원 성적을 거뒀다"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이어 "학교 다닐 때도 등급 나누는 것을 싫어했는데 성적보다는 음악으로 얘기할 수 있는 풍토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서태지는 가장 빛났던 '90년대'에 결코 얽매이지 않았다. '문화대통령', '90년대 아이콘'이라는 수식어와는 이제 이별을 꿈꾸기도 했다.
서태지는 "'문화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하셨던 말씀에서 나온 수식어로 꽤 오래됐다. 정말 과분하고,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자랑스럽지만 족쇄 같은 느낌이다. 제가 독재자 같은 느낌인데 누군가 빨리 이 수식어를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고백했다.
수록곡 '90년대 아이콘'(90s Icon)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서태지 시대는 90년대에 끝났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 주변으로 밀려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누구도 거부하거나 막을 수 없다.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