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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확대, 오히려 韓 농구 경쟁력 강화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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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는 이제 우리 세상?' 한국농구연맹이 2015-16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출전을 현행 1명에서 2명으로 늘리기로 결정하면서 토종들의 입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12-2013시즌 플레이오프 경기 모습.(자료사진=황진환 기자)

 

한국농구연맹(KBL)이 결국 2015-2016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출전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현행 2명 보유, 1명 출전에서 2명 출전으로 제도를 변경한 것이다.

KBL은 6일 이사회를 열고 "2015-2016시즌부터 2, 4쿼터에 외국인 선수 2명을 동시에 출전시킬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외국인 선수 1명의 신장은 193cm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

외국인 선수 2명 동시 출전은 지난 2008-2009시즌 이후 6시즌 만이다. 또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은 2007-2008시즌이 마지막이었다. 당시는 2명 합계 키가 4m, 1명은 208cm가 넘을 수 없었다.

과거 시대로 회귀한 듯한 모양새다. 2008-09시즌 이후 외국인 선수 출전은 국내 선수들의 기회 보장을 위해 1명으로 줄었다가 는 셈이다. 이른바 '작은' 외국인 선수의 출현은 7시즌 만이다.

벌써부터 현장과 팬, 언론들은 바뀌는 규정에 대해 쓴소리를 봇물처럼 뱉고 있다. 토종들의 기회가 줄고 경기에서 들러리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여기에 아시안게임에서 12년 만에 금메달을 따낸 지 3일 만에, 그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냐는 질타가 쏟아진다.

도대체 KBL은 왜 이런 시기에 규정 개정을 진행했을까. 또 논란의 여지가 클 것을 감수하고도 밀어붙인 것일까. 그리고 바뀐 규정이 가장 중요한 리그와 한국 농구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KBL의 구원투수 김영기 총재의 위기 타개책

일단 KBL이 서둘러 외국인 선발 조항에 손을 댄 것은 올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둔 까닭이다. 이성훈 KBL 경기 이사는 "차기 시즌 외국인 선수와 관련한 사안은 해당 시즌 전에 이사회에서 논의가 끝나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2015-16시즌 외인 규정은 2014-15시즌 전에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시즌을 앞두고 개정이 되면 각 구단의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는 만큼 한 시즌 기간을 둔다는 이유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부담을 감수한 까닭이다.

위기의 한국 프로농구의 구원투수로 나선 김영기 KBL 총재. 그는 프로농구 출범을 이끈 초대 총재이기도 하다.(자료사진=KBL)

 

그렇다면 과연 현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강수를 둔 것일까. 6일 '2014-2015 KCC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에서는 다수의 감독들은 외국인 선수 규정 개정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좁아질 국내 선수들의 입지와 국제대회 경쟁력 약화 등을 이유로 꼽았다.

KBL이 밝힌 배경은 프로농구 인기 부활을 위해서다. 사실 김영기 KBL 총재의 취임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김 총재는 선수 출신 원로로서 KBL 출범의 산파 역할을 했던 초대 총재다. 그런 김 총재를 KBL 수장으로 다시 앉힌 것은 최근 시들해진 프로농구 부활을 위한 구원투수의 역할을 맡겼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 김 총재가 꺼내든 카드가 단신 외국인 선수다. 프로 초창기처럼 화려한 기술을 지닌 용병이 코트를 휘젓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당시 SBS(현 KGC)에서 뛰었던 제랄드 워커, 칼 레이 해리스(전 나래), 버나드 블런트(전 LG) 등이다. 김 총재는 "현재 KBL은 득점력이 떨어지고 장신 용병 위주의 단조로운 경기가 펼쳐진다"면서 "다이내믹한 경기를 위해서는 기술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명 출전도 테크니션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KBL 관계자는 "외인 선발에 신장 제한을 두지만 1명 출전이면 아무래도 장신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2명 출전 카드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경쟁력 강화된다"…토종 조연 전락 우려

'과연 우리의 경쟁력은 어떻게 될까?' 6일 ‘2014-2015 KCC프로농구’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각 팀 선수들이 포토타임을 갖는 모습.(사진=황진환 기자)

 

그렇다면 국내 선수 기회 보장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KBL은 엔트리 확대와 2군 리그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성훈 이사는 "현재도 엔트리를 14명으로 늘렸는데 내년에는 15명으로 1명이 추가될 것"이라면서 "2군 리그도 발전된 방향으로 활성화해 1군까지 포괄적으로 이원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국인 출전 확대가 국내 선수를 줄이자는 차원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우려되는 토종들의 국제경쟁력도 외인 출전 확대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재민 KBL 사무총장은 "사실 농구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서 장신보다 가드진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때문에 193cm 이하의 외국인 선수와 경쟁을 통해 국내 가드진의 기량이 향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팀 주장이자 KBL 최고 가드로 꼽히는 양동근(모비스)은 최근 국제대회를 치른 감회를 묻자 "나보다 큰 선수들이 더 빠르고 슛도 잘 쏜다는 데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어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혼자 주어진 시간에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 다시 생각할 것"이라면서 "가드도 몸싸움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KBL의 설명에도 리그의 주연이 국내 선수에서 외국인 선수로 옮겨가는 데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승부처에서 공격 옵션은 외국인 선수인데 1명이 더 늘면 토종들의 기회는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 초창기 '국내 선수는 외곽에 있다가 3점슛을 위해 스텝만 맞추고 있다'는 말이 돌았다. 승부처 때 국내 선수들은 골밑의 용병만 보고 있다는 얘기였다. 국내 선수들은 조연이었다.

한국 남자 농구는 12년 만의 금메달로 스포트라이트를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다음 시즌 다시 포커스를 이방인에게 뺏길 위기에 놓였다. KBL이 고심 끝에 내놓은 결정이 한국 농구의 발전으로 이어질지, 고사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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