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현이 30일 오후 인천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1kg급 준결승에서 기술을 성공시킨 후 기뻐하고 있다. 정지현은 우승의 가장 큰 고비였던 준결승에서 사에이드 압드발리를 9-6으로 제압했다. (사진=윤성호 기자 cybercoc1@cbs.co.kr)
한국 레슬링 대표팀의 맏형 정지현(31·울산남구청). 하마터면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지 못할 뻔 했다. 자신의 체급인 그레코로만형 66kg급 대표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런데 71kg급 경기가 신설되면서 정지현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정지현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당시 체급은 60kg급이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정지현의 공식 신장은 165cm. 60kg대 체급과는 달리 71kg급에서 정지현의 체구는 굉장히 왜소한 편이다. 힘 대결로는 승산이 없었다. 그래서 특유의 민첩성과 기술로 승부를 걸었다.
30일 오후 대회 결승전에서 맞붙은 딜쇼존 투르디에프(우즈베키스탄)의 신장은 178cm. 덩치와 힘에서 모두 정지현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하지만 정지현의 스피드와 기술이 한수위였다. 정지현은 경기 시작 31초 만에 엉치걸이로 상대를 넘어뜨려 4점을 땄고 이어 상대를 밖으로 밀어내 1점을 추가했다. 승기를 잡은 정지현은 업어치기 기술로 다시 4점을 땄다. 9-0, 8점 차 이상이면 테크니컬 폴이 선언돼 경기가 끝난다. 결승에서 포효하기까지 정확히 1분19초가 걸렸다.
정지현은 "쉽게 풀린 경기였다. 큰 선수라 그런지 빈틈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장 차이를 극복한 것이 아시안게임 정상 등극의 원동력이 됐다. 그 비결을 묻는 질문에 정지현은 "체급이 미달이다 보니까 이 체급 선수들은 키도 그렇고 덩치도 그렇고 다 크다. 힘 대 힘으로 하면 안되기 때문에 스피드와 기술, 지구력으로 승부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정지현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정확히 10년 만에 다시 메이저 대회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게 됐다.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아쉽게 은메달에 그쳐 따지 못한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한도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