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깎신이다' 주세혁이 30일 중국과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단체전에서 마룽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다.(수원=박종민 기자)
졌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최강 중국의 진땀을 빼게 했다. 투혼을 보인 맏형은 후배들에게 격려와 함께 일침을 가했다.
남자 탁구 에이스 주세혁(34, 삼성생명)은 30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중국과 단체전 결승에 나섰지만 0-3 패배를 맛봤다.
1990년 베이징 대회 이후 24년 만의 단체전 금메달이 무산됐다. 주세혁 본인도 2002년 부산 대회부터 4회 연속 은메달에 머물렀다.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를 아시안게임. 더욱이 리드를 잡고도 세트를 잇따라 내준 안타까움이 따랐다.
세계 랭킹 17위로 한국 최고인 주세혁은 세계 3위 마룽을 맞아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두 세트를 먼저 내줬으나 3세트를 듀스 끝에 12-10으로 따내며 반격에 성공했다.
예의 '깎기 신공' 커트와 예기치 못한 공격으로 4세트도 8-4까지 앞서 대반전을 예고했다. 그러나 마룽의 저력은 대단했다. 주세혁은 15점까지 가는 팽팽한 듀스 랠리 끝에 15-17로 내주고 말았다.
▲"은메달에 만족하면 최고 되지 못한다"
에이스의 기선 제압에 실패한 한국은 이후 내리 두 경기를 내줬다. 세계 35위 이정우(30, 울산시탁구협회)와 48위 정상은(24, 삼성생명)이 각각 1위 쉬신과 4위 장지커에 완패했다.
한 세트라도 따낸 선수는 주세혁이 유일했다. 유남규 대표팀 감독은 "정말 잘했는데 마지막에 체력이 좀 달린 것 같다"면서 맏형 투혼에 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 주세혁은 "2~4세트까지 모두 앞서다 내줬다"면서 "내가 이겼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곧이어 "홈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업으면 힘이 솟는다. 체력 문제는 아니었다"면서 "내일부터 단식을 하니까 모두 잊고 집중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후배들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주세혁은 "이번 대회가 많은 경험이 될 것"이라며 운을 뗀 뒤 "하지만 은메달만 따도 만족하는 것 같다"며 일침을 가했다. 이어 "우리도 이제 철학을 바꿔지 안주하는 게 아니라 도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유 감독의 의견과도 상통했다. 유 감독은 "최근 선수들은 국내에서만 1위를 하면 더 이상 노력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조금만 더 하면 한층 더 높아질 수 있는데 거기에서 머문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맏형의 도전은 계속된다. 주세혁은 "아직 대한탁구협회, 소속팀과 논의해야겠지만 일단 2년 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직 한국 탁구에는 주세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