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의 문태종 (사진 제공=KBL)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은 문태종(창원 LG)에게 집과 같은 곳이다. 처음 KBL 무대를 밟았을 때 인천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고 삼산월드체육관을 홈 구장으로 사용했다.
문태종이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얻은 별명이 있다. 바로 '4쿼터의 사나이'다. 문태종은 전자랜드 시절 수준이 다른 외곽슛과 득점 기술을 뽐내며 전자랜드를 3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고비 때마다 성공시키는 3점슛에 인천이 들썩일 때가 많았다.
27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한국과 필리핀의 8강 H조 2차전.
전자랜드 유니폼 대신 한국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문태종은 여전히 '4쿼터의 사나이'의 모습 그대로였다.
한국이 74-80으로 뒤진 4쿼터 중반부터 문태종의 거침없는 질주가 시작됐다. 문태종은 팁인 득점으로 공격의 물꼬를 텄고 이후 3점슛 2개를 연거푸 성공시켰다. 다음 공격에서는 페인트존에서 재치있는 플로터를 성공시켰다.
한국은 순식간에 84-82로 전세를 뒤집었다. 3쿼터 한때 16점까지 뒤졌던 열세를 뒤엎은 것이다.
결국 한국은 필리핀을 97-95로 꺾고 8강리그 2연승을 질주했다.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4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은 28일로 예정된 카타르전에서 승리할 경우 조 1위로 4강에 올라 결승 진출의 유리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문태종의 날이었다. 문태종은 3점슛 8개를 던져 6개를 성공시키며 38점을 퍼부었다. 승리의 일등공신이다.
문태종은 2쿼터까지 무려 21점을 넣었다. 팀 전체 득점은 44점. 절반 정도를 홀로 해냈다. 그런데 필리핀의 화력은 그 이상이었다. 3점슛 19개를 던져 무려 11개를 넣었다. 성공률은 58%. 한국은 전반까지 44-51로 뒤졌다.
3쿼터 한때 점수차가 20점 가까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기장은 농구가 국기인 필리핀 팬들의 뜨거운 응원 열기로 가득 찼다.
한국은 3쿼터 막판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59-70으로 뒤진 종료 3분을 남기고 필리핀의 득점을 2점으로 묶는 동안 11점을 몰아넣었다. 71-72로 추격한 채 3쿼터를 마쳤다.
이는 문태종의 4쿼터 맹활약을 위한 발판이었다. 그리고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수비형 선수로 알려진 양희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