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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조작 의혹'에 담긴 '씁쓸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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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한일전에서 나왔던 이른바 '바람 조작' 의혹. 지난 21일 열린 남자 단체전 8강전에서 에어컨 바람이 조작돼 승부에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이다.

한국 대표팀이 펄쩍 뛰면서 의혹을 일축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씁쓸함이 진하게 묻어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시설이 미비해 벌어진 해프닝이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은 일본을 3-2로 힘겹게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다. 일본이 문제삼은 것은 단식 첫 경기. 일본 에이스인 다고 겐이치(세계 랭킹 4위)가 손완호(7위, 국군체육부대)에게 1-2 역전패를 당한 경기였다.

다고는 일본 언론을 통해 "2세트에서 바람이 바뀌었다"면서 "상대는 미리 알고 있던 것처럼 침착했다"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마스다 케이타 코치도 "항상 다고가 역풍을 안았다"면서 "2세트 도중 심판부에 항의했다"고 강조했다. 에어컨 바람을 의도적으로 조정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은 의혹을 일축했다. 이득춘 대표팀 감독은 CBS와 통화에서 "우리도 바람의 영향을 받아 에어컨을 수 차례나 꺼달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기를 펼친 이용대(삼성전기) 역시 "우리도 바람 영향으로 세트를 내줬다"면서 "우리나 일본이나 똑같은 조건이었다"고 반박했다.

▲시설-운영 미비에서 벌어진 해프닝

'벌써 폐막식?' 개막 하루 만인 20일 밤 기계 오작동으로 10여분 동안 꺼진 인천아시안게임 성화.(제보 사진)

 

관계자의 해명은 수동으로 에어컨을 조절했다는 것이다. 경기가 열린 계양체육관 시설관리 담당자는 "20일 발생한 정전의 영향 때문에 절전을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당시 정전으로 오전 9시부터 진행 중이던 대만-홍콩, 인도-마카오, 몰디브-인도네시아 경기가 5분여 동안 중단됐다. 대한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에어컨과 전광판은 물론 방송 중계 장비까지 체육관 전기 시설에 과부하가 걸린 것 같다"고 귀띔했다.

애초에 시설이 제대로 갖춰졌다면 제기되지 않았을 의혹이다. 자동이 아닌 수동으로 에어컨을 조절하니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 데일리스포츠는 "홈인 한국이 공조를 조작하고 일본에 불리한 역풍을 줬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용대는 "에어컨 바람이 강하고 조명이 어려움을 주긴 한다"면서 "4년을 준비해 온 선수들은 이런 작은 부분들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에어컨을 끄고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지만 관중이 (덥다고) 불편해하기 때문에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는 배드민턴뿐만 아니라 미흡한 준비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일 밤에는 폐막식 때나 잦아들어야 할 성화가 꺼지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계 오작동으로 10여분 동안 성화대가 깜깜했다.

데일리스포츠는 "이번 대회는 샤워기에 물이 나오지 않고, 엘리베이터가 작동되지 않거나 에어컨과 선수들의 탈의 시설이 갖춰지지 않는 등 시설이나 운영 면에서의 미비점이 속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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