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유정과 김소현. (SBS 제공, 황진환 기자)
20대 여배우들이 독차지한 브라운관에 당돌한 10대 소녀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도전장을 보낸 이들은 바로 16살 동갑내기 아역 여배우 김유정과 김소현이다.
아직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이 더 좋을 나이. 그러나 두 사람은 성인 여배우 못지 않은 연기력으로 아역을 넘어 여주인공 자리에 올라섰다.
김유정은 SBS 대기획 '비밀의 문'에서 배우 이제훈, 박은빈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는 의궤살인사건의 목격자인 소녀 탐정 서지담 역을 맡았다. 극 중 서지담은 소설가를 꿈꾸는 독서광 소녀로 사도세자 이선(이제훈 분)의 연인이자 가장 든든한 지원자가 된다.
김유정은 그간 많은 드라마에서 아역 배우로 활약해 왔다. 지난해에는 영화 '우아한 거짓말', '동창생' 등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딸 혹은 여동생을 연기해 성인 연기자들과 로맨스를 그리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 '비밀의 문'에서 15살 연상의 이제훈과 연인으로 호흡을 맞추고, 극의 중심이 되는 주연 4인에 당당히 포함된 것.
김유정은 지난 18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대본을 읽어봤는데 재밌으면서도 어려웠다. 그렇지만 많은 선배님들과 함께 하게 돼서 그 점이 가장 기뻤고,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겠다, 빨리 잡아야겠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김유정은 아역 배우 때와 달리 극을 끝까지 이끌어 나가는 임무를 맡게 됐다.
그러나 김유정의 연기력에 대해 걱정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나이만 어릴 뿐, 이미 연기 경력 10년 차에 달하는 배우이기 때문.
여러 작품을 통해 이미 호소력 짙은 연기를 펼쳐오며 검증 받은 만큼, 장기전에도 강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사극 연기도 이미 아역 시절부터 꾸준히 경력을 쌓아왔기에 오히려 기대감을 자아내고 있다.
작품에 임하는 김유정의 각오도 남다르다.
그는 "항상 존경하던 선배님들과 작품을 하게 돼서 감사하고 기쁘다. 열심히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
첫 여주인공으로 나선 김소현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그는 케이블 채널 OCN 드라마 '리셋'에 출연 중이다. 드라마에서 김소현은 비행 소녀 조은비와 검사 우진(천정명 분)의 첫사랑 승희 역을 맡아 1인 2역을 연기하고 있다.
김소현 역시 데뷔부터 '리셋' 이전까지 아역으로 활약하며 연기 경력을 쌓아왔다. 당시 김소현은 악한 캐릭터와 선한 캐릭터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였다.
MBC 드라마 '보고싶다'에서는 아역 배우가 소화하기 어려운 민감한 장면을 실감나게 연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소현의 진가는 '리셋'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그는 다양한 감정 스펙트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성인 배우들도 쉽지 않은 1인 2역 연기를 매끄럽게 해내고 있다. 또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장면에서도 보다 섬세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무려 19살 연상인 천정명과의 케미도 우려와 달리 자연스럽다. 천정명의 키다리 아저씨 느낌과 김소현의 성숙한 분위기, 소녀다운 매력 등이 잘 맞물렸다.
'기억 추적 스릴러'라는 드라마의 타이틀에 맞게 긴장감 넘치는 감정 연기와 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방송을 앞두고 있는 납치 장면에서도 4시간 동안 눈물을 쏟아낼 만큼, 연기에 대한 열정과 몰입도가 상당하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김소현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풍부한 감정을 지닌 배우이고,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는 보기 드문 배우"라면서 "이번 눈물 연기와 액션 연기는 성인 배우의 수준급 연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