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국회 예결회의장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 세월호특별법 재협상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새누리당이 세월호 참사 150일째인 16일 단독으로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 방침을 밝혔다. 이어 야당이 의사일정 협의에 나서지 않을 경우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직권으로 의사일정을 진행해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하기로 했다.
정 의장도 이날 국회법에 따라 자신의 직권으로 정기국회를 정상화 시킬 뜻을 밝히면서 사실상 새누리당의 단독 국회가 초읽기에 돌입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15일 의원총회에서 "16일 오전 10시 운영위 소집을 여야 운영위원들에게 통보했다"며 "야당 의원들이 회의에 참석하든 하지 않든, 국회 의사일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당초 15일을 데드라인으로 삼고 본회의에 계류 중인 91개 법안 처리를 강행하려 했지만 정 의장이 '여야 합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이면서 불발됐다. 정 의장은 15일 오후 3시 여야 지도부 연석회의를 계획했지만, 이 마저도 야당의 내홍 등으로 인해 무산됐다.
이에 따라 여권은 세월호 특별법 문제로 인한 국회 파행의 마지노선을 넘었다고 보고 더 이상 파행 장기화를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단독으로 의사 일정 강행을 시사한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이어진 간담회에서도 "국회의장에게 국회 정상화를 위한 모든 조치를 관계법에 의해 할 수 있게 촉구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현행 국회법 76조에 따라 국회의장은 여야가 국회 운영위를 통해 일정을 협의하지 못할 시 직권으로 일정을 진행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이 법안에 근거, 다시 한 번 정 의장에 공을 넘겼다.
새누리당은 특히 야당의 대혼란을 명분 삼아 정 의장을 더욱 압박하는 모양새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겸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탈당을 적극 검토한다는 보도 이후 야당은 그야말로 '대혼란'에 빠지면서 대여협상은 커녕 당내 혼란 수습에 힘쓰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박대출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지만, 지금은 한 손으로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며 야당의 상황을 꼬집었다. 이어 "정 의장이 26일로 제안한 본회의 일정을 앞당겨 달라"며 "국회 운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회의장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 (사진=윤창원 기자)
정 의장은 '여야 합의'를 우선시하지만, 제 기능을 못하는 국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마냥 지켜볼 순 없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정 의장은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 소리' 소속 의원들과 면담에서 오는 19일 대정부질문부터 국회 의사 일정에 들어갈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정 의장은 "지금 야당 지도부가 일종의 혼란에 빠진 사정이라 대표연설을 이런 상태에서 하도록 하는 것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대표연설은 오늘 내일 추이를 보고 (내년도 예산안)시정연설 이후에 할 수 있으나 나머지 부분은 저(운영위에 제시한 의사일정안) 틀을 깰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의장이 운영위에 보낸 정기국회 의사 일정에 대한 협조 공문에 따르면▲17일부터 교섭단체 대표연설 ▲19일부터 대정부질문 ▲26일 안건처리를 위한 본회의 ▲9월29일~10월18일 국정감사 ▲10월20일 예산안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상임위 예산심사에 착수한다.
그러나 국회의장이 정기국회 의사 일정을 진행하더라도 야당 참여를 강제할 수 없어 '반쪽짜리' 국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런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이른 시일내 우리 당과 정부 간의 당정협의체를 구성하고 당정협의를 통해 현재 문제가 되는 민생현안, 민생관련 법률, 또 예산안에 대한 사전 보고 등 당면현안을 각 상임위별로 처리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