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황석영이 독일을 찾아 세월호 참사에 얽힌 한국사회의 부조리한 시스템을 비판하고 정부에 결여된 공공성 가치의 회복을 위해 국민이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석영은 13일 오후 베를린 한 공연장에서 열린 연례 베를린 국제문학페스티벌의 초청 강연자로 나서 미리 배포한 원고와 현장 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황 작가는 "청해진해운이 80년대 신군부 전두환 정권과의 유착을 통해 사업에 성공한 재력가의 소유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연안여객운송사업이 정부 관료와 민간 사업가가 공고하게 결탁해서 특권과 이익을 점유하는 가히 조직화한 범죄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세월호 침몰은 탐욕과 비리의 합작이 낳은 극히 한국적인 재난이었음이 다시 한 번 밝혀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역대 개발주의 정권이 온존시킨 정경유착의 구조가 고정화되고 악질화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신호가 바로 세월호 참사였던 것"이라고 재규정했다.
이어 "정부는 아직도 성장과 효율성과 일체화된 통치력이라는 신화에 발목 잡힌 과거 개발독재 시대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며, 이는 신자유주의와 결합해 과거보다 더욱 악화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구조보다는 인양에 초점을 맞추고 구조를 숫자와 비용의 문제로 계산하는 조치들을 보라"며 "정부가 애초부터 국민의 권리나 안전한 삶을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도 없는 사회에서는 공공성의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 국민 스스로가 나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황 작가는 "구조 작업까지도 국가가 하지 않고 민간업체에다 하청을 줬다"면서 민영화 이슈를 꺼내고는 "우리나라의 40년된 원자로 2기도 자꾸 고장이 나고 있는데, 이 좁은 땅에 21기의 원자로가 있다. 대단히 불안하다"고 했다.
황 작가는 그러면서 "공공성은 민주주의의 문제다. 아직도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박정희 군사독재 정부와 싸웠던 때를 따져보니 20대 초반이었는데, 70살 넘어 또다시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고 하니 지긋지긋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대통령께서 여성이라 그런지 메르켈 총리와 대처 수상을 자기 모델로 삼는다고 그러는데, 메르켈 총리는 인상도 좋고 참 좋은 것 같다. 그런데 대처를 모델로 삼겠다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고 말하고 나서는 "농담이다"라고 단서를 달며 웃어 넘겼다.
황 작가는 노태우 정권 시절이던 1989년 북한 측 초청을 받아 방북한 이후 귀국하지 않은 채 통일 등 격동의 시기를 지나던 독일 베를린에서 망명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