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 격퇴를 위해 이라크에 이어 시리아로까지 공습을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이란이 이미 두 나라에 군병력을 투입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11일(현지시간) 시아파인 이란이 수니파인 IS에 대응하기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에 이미 지상군을 파견해 놓고 있다고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은 이라크에 병력을 보내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한 관리는 포린폴리시에 때로는 수백명의 이란 지상군이 이라크군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도 이라크 내 이란군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수백명 수준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실제 이라크군이 최근 북부 아메를리를 포위한 IS를 격퇴하는 과정에서 이란군이 관여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란혁명수비대 산하 특수부대 쿠드스의 카심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작전 종료 뒤 아메를리에서 찍은 사진이 공개된 것도 이란군의 관여 가능성을 뒷받침해 준다.
다만 이란 군의 역할이 직접 IS와 전투를 벌이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군사전문가 앤서니 코드스먼은 "이라크내 이란군의 역할은 자문과 무기 지원, 훈련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시리아에서도 은밀하게 군사적전을 수행하고 있다.
이란이 공식적으로 군대를 보냈다고 밝힌 적은 없지만 시리아군에 훈련 및 정보를 제공하는 특수부대를 파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란이 시리아 내전에서 시아파인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편에 서 있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다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처럼 이란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지상작전을 펼치면서 오랜 앙숙인 미국과 이란이 공통의 적인 IS 격퇴를 위해 마치 힘을 합치는 모양새가 됐다.
특히 아메를리 작전 당시, 이란의 영향력이 큰 시아파 민병대의 작전 계획은 이라크군을 거쳐 공습을 담당한 미군에 넘어가기도 했다.
1979년 테헤란 미국 대사관 점거 사건 이후 공식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핵 문제 등으로 지금까지 사사건건 대립해 온 두 나라인터라 이런 모습은 상당히 낯설다.
물론 미국과 이란 두 나라는 지금껏 군사 공조를 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란은 미국이 계획하는 국제연합전선이나 미국에 지원 의사를 밝힌 아랍 10개국에도 들어있지 않다.
그럼에도 AP통신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역적, 국제적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작전에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스티브 워런 미 국방부 대변인도 포린폴리시에 "모든 나라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IS를 분쇄하고 결국은 파괴하기 위한 목표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최우선 외교 과제로 떠오른 IS 격퇴에 있어 이란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이란 핵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1일 최근 전략대화를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이스라엘 관리들이 이란이 IS 격퇴에 있어 미국과 같은 편에 서면서 핵 협상 등에서는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려 할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이스라엘 관리는 미국의 작전이 이란의 지역 장악력을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