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유우성씨 간첩 조작 사건으로 사정당국의 간첩 수사의 신뢰도가 추락한 가운데 북파 보위부 간첩으로 지목된 홍모(40) 씨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사건은 초반에는 일반적인 간첩사건으로 여겨지다 뒤늦게 허위자백 등의 문제가 불거지며 유우성 씨 사건과 비교돼 재조명받았다.
사정당국으로서는 명예회복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이번에도 법원에서 증거 대부분이 인정되지 않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27일~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우수)의 심리로 홍 씨 사건의 결심공판에서는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피의자신문조서 대부분이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다. 피의자신문조서 8개 중 한 개를 제외한 나머지가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홍 씨가 "자신이 진술한 것과는 다르다"며 법정에서 심문 일체를 부인하자 법원은 심문조서 대부분에 대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규정했다.
1번 조서에는 영상녹화가 있지만, 나머지 2번부터 8번까지는 영상녹화가 없어 증거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작성되었는지를 증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핵심 증거물 대부분이 인정되지 않자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선고를 이틀 앞둔 3일 법원 측 판단에 뒤늦게 이의를 제기하고 변론기일을 다시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검찰 관계자는 "매회 조서를 읽어보게 하고 서명에 날인하게 했으며, 이의가 있다고 하면 확인을 거쳐 총 67곳을 수정하기도 했다"며 "본인이 수정까지 한 조서를 법정에 가서 말한 적이 없다고 하고 있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홍 씨가 진술의 잘못된 부분을 특정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증거를 무더기로 기각한 부분은 문제가 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을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측은 초기 신문 과정에서부터 기본권이 침해된 점 등을 미뤄 검찰 측 증거 대부분이 인정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며 무죄를 확신했다.
변호를 맡은 장경욱 변호사는 "나머지 조서들은 영상녹화 없이 일방적으로 신문이 진행됐고, 유일하게 증거로 인정된 1번 조서에 대해서도 피의자가 협박 등이 없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진술했는지 의심되는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홍 씨는 1999년 5월 노동당에 가입한 후 2012년 5월 북한 보위사령부 공작원으로 선발돼 한 달간 공작교육을 이수하고 공작원으로 포섭할 대상자를 추천하는 등 임무 수행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지난해 6월 탈북 브로커 유모(55) 씨를 북중 국경으로 유인해 납치를 시도하고, 8월에는 국내 탈북자 및 탈북자단체 동향 파악 등을 위해 단순 탈북자로 가장해 국내에 잠입한 혐의도 받고있다.
홍 씨는 지난해 8월16일부터 올해 2월11일까지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수용돼 조사를 받았는데 민변측은 이때 사실상 감금돼 조사를 받으면서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변은 이 기간에 홍 씨가 알몸 수색과 소지품 검사, 지문채취, 사진촬영, 거짓말탐지기 조사, 진술서 작성 강요, 독방 구금 등을 당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제기한 상태이다.
홍 씨를 상대로 조사범위를 넘어 사실상 혐의를 미리 포착하고 '수사'를 한 것으로 이는 공권력 남용이라는 것이 민변 측 입장이다.
허위 자백과 인권 침해 등 각종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홍씨가 무죄로 선고될 경우 사정당국이 또다시 무리한 간첩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유우성 씨를 비롯해 간첩 사건을 잇따라 변호하고 있는 민변과 서울중앙지검 공안부가 또다시 맞붙는 사건이어서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검찰은 홍 씨에 대해 징역 7년 및 자격정지 7년의 중형을 구형한 상태이고 변호인측은 무죄를 확신하고 있다. 홍 씨에 대한 법원의 선고 공판은 오는 5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