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주포 아미르 가포(10번). (자료사진=FIVB)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 남자배구의 가장 큰 적수는 역시 이란이다. 이란을 제압해야만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이후 8년 만의 정상 탈환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란의 최근 기세가 무섭다. 이란은 지난달 31일 세계남자배구구선수권대회 오별리그에서 세계랭킹 3위 이탈리아를 3-1로 제압하더니, 2일에는 2014 월드리그 챔피언 미국마저 3-2로 꺾었다.
이탈리아전 관전을 놓친 박기원 감독은 왕복 200km가 넘는 길을 택시로 이동해 미국전은 직접 지켜봤다. 임도헌 코치, 문성준 전력분석관도 함께 이란의 플레이 하나 하나를 머리에 넣었다.
그렇다면 이란의 경기를 직접 본 소감은 어떨까.
박기원 감독은 "공격의 차원이 다르다. 블로킹도 마찬가지다. 높고 파워가 있다"고 말했고, 임도헌 코치 역시 "한 마디로 이란 배구는 견고하다"고 평가했다.
이란의 장점은 역시 높이와 힘이다. 센터 세예드 무사비(203cm)는 2경기에서 블로킹 10개를 성공시키며 28점을 올렸다. 여기에 주포 아미르 가포는 2경기에서 37점을 퍼부으며 이란의 2연승을 이끌었다. 특히 가포와 파하드 가에미는 강력한 서브로 서브 득점도 3개씩을 기록했다. 가포와 가에미의 서브는 조심해야 한다는 평가다.
물론 약점도 드러났다. 바로 코트 위의 사령관 역할을 하는 세터다. 물론 주장까지 맡고 있는 세터 사에이드 마루프의 기량 자체는 세계 수준이지만, 불 같은 성격이 이란을 흔들 수도 있다.
실제로 마루프는 미국과 1세트에서 감독에게 공격수를 바꿔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박기원 감독은 "선수가 감독 위에서 논다. 나라면 세터를 경기에서 빼버렸다"고 말했고, 임도헌 코치도 "이란의 세터가 흥분했는지 3~4세트에서 까불었다. 중요한 점수가 몇 개 있었는데 거기서 실수를 했고, 팀이 쉽게 허물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란-미국전을 보고 돌아온 박기원 감독은 곧바로 대비책 마련에 들어갔다. 핀란드전을 앞둔 마지막 코트 훈련에서도 수비를 강조했다. 서브로 이란을 흔들지 못했을 때와 이란의 블로킹에 걸렸을 때를 대비한 수비 훈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