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오월'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로 묘사돼 있다. 또 옆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문창극 전 국무총리 지명자 등의 모습도 담겨 있다. (사진=조기선 기자)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걸개그림 '세월오월' 작품 전시 철회 사태를 집중 조명했다.
NYT는 "한국의 지도자를 비호감으로 그린 화가가 비난을 받다"란 기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한 홍성담 화백의 '세월오월' 작품이 일으킨 논란에 대해 30일(현지시간) 집중 보도했다.
신문은 먼저 "홍성담 화백은 세월호 참사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 그리고 기업 엘리트층을 자신이 가장 잘할 줄 아는 방법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길었던 군사 독재 시절 때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화폭에 그의 저항 정신을 쏟아냈다"며 홍 화백을 소개했다.
이어 신문은 "홍 화백은 군부 시절처럼 투옥되진 않았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희화한 그림은 북한 공산당을 이롭게 한다는 혐의를 받는 자들에게 행해지는 검열 형식을 거쳐 한국의 유명 예술 축제에서 철회됐다"며 홍 화백의 그림 '세월오월'이 광주비엔날레 전시회에서 철회된 사건을 보도했다.
그러면서 NYT는 자신의 작품으로 빚어진 논란에 대한 홍 화백의 입장을 전했다.
신문은 "이것은 예술가에 대한 말도 안되는 모욕이다"며 "그들이 한 일은 내가 그림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증명했다. 박근혜 정권 아래서 국가는 그녀의 아버지 시대에 있었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관행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홍 화백의 발언을 덧붙였다.
NYT는 "박근혜 정부는 (이 논란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지만, 이번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해묵은 문제인 예술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질문을 다시 제기했다"며 논란의 파장을 해석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스페인 화가 피카소가 공산당원이었다는 이유로 과거 '피카소'란 이름의 크레파스조차 판매 금지됐던 독재정권 시절"을 언급하며 "여전히 정치적 풍자를 감행하는 예술가들이 소송에 휘말리거나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NYT는 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홍 화백의 젊은 시절도 소개했다. "홍 화백은 1970년대 박정희의 독재정권에 맞서 저항운동의 중심지인 광주에서 미술을 공부했다"며 그를 미술평론가 김종길의 발언을 인용해 '독재정권시절로부터 마지막 남은 저항의 예술가'라고 칭했다.
신문은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발생한 ‘광주민주화 운동’에서 수많은 학생과 시민이 학살당한 사실도 언급해 독재정권의 잔인성을 조명하기도 했다.
홍성담 화백은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희화해 그린 걸개그림 '세월오월'이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작품에 전시가 유보되면서 논란을 빚어왔다.
일부 화가들은 항의의 표시로 비엔날레 참여를 철회했고, 광주비엔날레 재단 대표이사가 사퇴하는 등 사태의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 24일 홍 화백이 전시를 자진 철회하면서 논란은 일단락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