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 현장검증 (사진=육군 제공)
28사단에서 발생한 '윤 일병 사망사건'의 핵심 목격자가 윤 일병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유가족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군 당국이 이를 묵살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의무지원반에 환자로 입실해있던 목격자인 김 모 일병을 만나게 해달라는 요구를 군 당국은 그동안 '김 일병이 원하지 않는다'고 거절해왔다고 한다.
군인권센터는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윤 일병의 유가족과 법률대리인, 군인권센터가 지난주 김 일병을 만나 직접 들은 증언을 공개했다.
군인권센터는 "김 일병과 김 일병의 가족은 기다렸다는 듯이 흔쾌히 전화를 받아줬고, 사건 초기부터 유가족과 만나고 싶었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 일병의 아버지는 윤 일병의 유가족에게 "부대에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고, 열 번이라도 만나서 이야기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증언이 국방부가 지난 11일 브리핑을 통해 "김 일병에게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진술해 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는데 부모가 그럴 필요 없다고 거절해 현재 진술받기가 쉽지 않다"고 한 것과 반대된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김 일병과 윤 일병 유가족의 만남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건 사건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면서 "군이 허위 발표를 했다"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또 "사건 이후 김 일병은 수면제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윤 일병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군 당국의 은폐, 조작으로 이중 고통을 받아야 했다"면서 "군 당국은 왜곡과 은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지난 6월 2차 공판 당시 김 일병 측이 공판 진행 상태에 대한 설명도 듣지 못한 채 건강을 이유로 출석을 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자 이후로는 증인신문 요청이나 연락이 전혀 없었다고 군 인권센터는 밝혔다.
임 소장은 "28사단 법원과 검찰부가 실제로는 김 일병을 증인신문할 생각이 없었다는 사실을 잘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이날 새벽 김 일병이 윤 일병 앞으로 쓴 편지를 윤 일병의 둘째 누나가 울먹이며 직접 낭독하기도 했다.
김 일병은 편지에서 "승주 씨(윤 일병의 이름)를 보내던 날 승주 씨의 장례식장을 가려했지만 입실환자 신분으로 그 자리에 가는 것을 아무도 허락하지 않았다"면서 "그 후 적극적으로 막지 못한 저의 죄송함을 표현하기 위해, 망연자실해 하고 계실 승주 씨 부모님과의 만남을 수차례 원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았다"고 밝혔다.
사건에 대한 김 일병의 새로운 증언도 나왔다.
(자료사진/윤창원 기자)
윤 일병이 지난 3월 이후로는 가해자로 지목된 이 모 병장의 지시로 아침 식사를 거의 하지 못했고, 다른 부대에 나가 치료를 하는 대기조에도 편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이 모 병장이 계속 괴롭히려는 이유도 있었지만 윤 일병이 폭행당하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선임들이 윤 일병에게 냉동음식을 먹게 한 뒤 저지른 가혹행위에 대한 상세한 묘사도 이어졌다.
김 일병은 "(당시 윤 일병의) 행동이 더 느려지고 축 늘어진 느낌이었다", "눈동자가 돌아가서 흰자가 보였다. 그런데도 이 병장은 윤 일병의 배 위에 올라가서 발로 밟았고, 주먹으로 가슴을 엄청 세게 폭행했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