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전지현이 주근깨를 감추지 않는 이유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노컷인터뷰]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전지현

 



영화를 보는 내내 궁금했다. 수수한 차림이더라도 얼굴의 잡티만은 보이고 싶지 않은 게 여배우의 본능일 텐데 전지현은 달랐다.

코끝 점은 이미 트레이드마크가 됐으니 매력으로 남기더라도 볼에 가득한 주근깨를 그대로 드러낸 채 스크린을 채우는 전지현의 얼굴은 낯설었다. 그런데 웬일인가. 인터뷰를 위해 마주앉은 전지현은 또다시 맨얼굴로 나타났다. 주근깨는 스크린에서 볼 때보다 더 많았다.

배우를 떠나 여자라면 누구나 감추고 싶은 게 주근깨 아니냐고 묻자 전지현은 꽤 긴 답변을 내놓았다.

"배우이기 전에 뭐가 먼저인지는 알아야 하잖아요. 주근깨가 창피하지 않아요. 지금 제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에요. 28살이 됐어요. 20대 후반인데 여배우로 나이 드는 일이 정말 기대돼요. 살아가면서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잖아요. 더 큰 걸 얻을 테니까요."

화려한 CF 탓에 전지현을 보는 대중의 눈길 대부분은 ''선망''이다. 좀처럼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까닭에 환상 속 인물 같은 느낌도 풍긴다. ''평생 연기하겠다''는 전지현에게 이런 이미지는 득이자 실이다.

때문에 연기에서만큼은 현실감을 키워야 하는 건 전지현이 오랫동안 안고 있던 숙제와 같다.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정윤철 감독·CJ엔터테인먼트 제작)''를 통해 전지현은 숙제의 첫 장을 무사히 넘겼다. 기획성 멜로영화를 주로 택하면서 CF 이미지를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끌고 왔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슈퍼맨과 만난 뒤 송수정도, 전지현도 변했다

전지현이 연기한 송수정은 사람을 불신하는 건조한 감성의 소유자. ''얘기 된다'' 싶으면 무작정 카메라를 들이대는 다큐멘터리 PD로 겉은 소탈해 보여도 속은 꼬일 대로 꼬인 복잡다단한 여자다.

만드는 휴먼다큐는 지극히 작위적이고, 몽골로 떠난 남자친구를 그리워하지만 ''보고싶다''는 흔한 말 한마디도 못 하는 여자가 바로 송수정이다. 그런 송수정이 슈퍼맨이라고 믿는 남자(황정민)를 만나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송수정을 연기한 전지현도 변했다. 가장 큰 변화는 ''자연스러움''을 대하는 태도. 지금까지 자연스러운 연기를 고집했던 전지현은 ''보여주는 게 전부가 아니다''는 고민에 빠져들었다.

"오직 자연스러운 말투와 모습을 원했던 과거의 연기 습관이 결국 스스로에게 낮은 평점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이어졌어요. 전지현의 말투나 표현이 아닌 송수정이라면 어땠을까 생각하기 시작한 거예요."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처음에는 (황)정민 오빠만 믿고 훨훨 날 수 있을 줄 알았죠(웃음). 얹혀가야지 싶었는데 인물에 다가갈수록 헷갈려요. 수정은 나쁘고 슈퍼맨은 착한 사람 같아서요. 관객의 시선이 된다면 더 어려운데 결국 수정은 관객과 슈퍼맨을 만나게 해주는 이음새 역할이에요."

전지현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와의 인연을 낚시에 비유했다. "이제 손맛을 봤으니 매운탕까지는 직접 끓여 먹고 싶어요"라면서 "매운탕이 맛있다면 더 좋겠죠"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흡연 장면 편집은 정말 아쉬워요"

연기의 맛을 알게 해준 작품이지만 수정의 분량이 과감하게 편집된 건 전지현에게 서운함을 남긴다. 영화를 살리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전지현은 언론 시사회 직후 만난 정윤철 감독이 ''10분 분량을 줄였다''면서 머뭇거리자 되려 ''제 분량일 텐데 괜찮다''고 말할 만큼 지금은 마음을 비웠다.

못내 아쉬움이 남는 장면은 흡연 신. 개봉 전부터 전지현의 흡연 연기에 관심이 쏠린 상황인데 정작 영화에서는 스치듯 등장했다. 전지현은 "분명히 관객들은 ''쟤 얼마나 잘하나 보자''고 했을 텐데 담배를 괜히 피운 것 같아요"라고 감정을 감추지 않으며 감독에게 장난스러운 원망을 보내기도 했다.

섭섭한 감정을 털어낸 건 작품으로 얻은 수확이 더 큰 덕분. 그 나이 때 느끼는 갈망과 감성을 놓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세운 것 역시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를 찍은 뒤다.

"저는 관객이나 시청자와 한평생을 함께 사는 사람이잖아요. 잠깐 나왔다 들어가는 배우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참 신기해요. 저의 감정을 놓치지 말고 연기로 풀어내야 하는 일에 더 욕심 나요."

전지현은 누구라도 에둘러 표현하고 싶은 나이를 두고도 "20대 후반"이라고 콕 찝어 얘기했고 "영어실력이 출중하다는 건 굉장히 과장된 이야기"라는 항변도 했다. 또 "실제 모습보다 높이 평가받은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서 "따지고 보면 큰 욕심 나쁜 욕심은 키우지 않았어요"라고도 털어놨다.

굉장한 달변가인데다 내숭 없이 솔직한 전지현은 자신이 가져야 할 마음이 어때야 하는지를 영리할 만큼 잘 알고 있었다.

"어릴 때 데뷔하고 부터 자연스럽게 마음을 비운 것 같아요. 돌이켜 보면 큰 복이죠. 이제는 자연스러운 마음이 얼마나 좋은 건지 알아버렸어요. 지금은 그 마음을 지켜내기 위해 2배의 노력이 필요한 때에요."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