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너라도 꿈은 꿨어야 했는데...' 최근 야구와 관련된 꿈으로 불면의 밤을 보냈던 넥센 염경엽 감독(오른쪽)은 에이스 밴 해켄(왼쪽)이 등판하는 19일 LG전을 앞두고는 숙면을 취했다. 그러나 밴 헤켄은 이날 6이닝도 채우지 못하며 6실점하는 부진을 보였다.(목동=넥센 히어로즈)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넥센의 경기가 열린 19일 목동구장. 경기 전 염경엽 넥센 감독은 피곤함이 절로 묻어나는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염 감독과 넥센은 최근 4주 연속 휴식일을 갖지 못했다. 지난달 28일부터 넥센은 4주 연속 월요일 경기를 치른 탓이었다. 비로 취소돼 밀린 주말 경기를 소화해야 했다.
다만 전날 광주 KIA전이 또 비로 취소돼 일찍 상경할 수 있었다. 염 감독은 "어제도 경기를 할까 조마조마했다"면서 "정말 쉬고 싶더라"고 웃었다.
피곤한 원인은 또 있었다. 바로 꿈 때문이다. 최근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이유다. 염 감독은 "요즘 매일같이 꿈을 꾸곤 하는데 새벽에 일어나면 다시 잠들기 힘들더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감독 아니랄까 봐서 매일 야구 경기 꿈이다. 염 감독은 "전날이나 다음 날 경기에 관한 것인데 현실에서 승패와 관계없이 대부분 지는 꿈"이라면서 "이긴 경기와 달리 진 경기는 머리에 오래 남고 또 질 것 같은 경기는 부담감 때문에 꿈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꿈은 현실과 반대라더니 넥센은 최근 잘 나갔다. 9개 팀 중 최고 승률(13승6패)을 거둔 7월에 이어 8월에도 최근 5연승 등 9승4패로 상승세를 이었다. 염 감독은 "팀 전력이 좋지 않은 가운데 3위에서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면에서 염 감독의 악몽은 일종의 예지몽이었던 셈이다.
▲밴 헤켄, 5⅔이닝 6실점 부진
그렇다면 18일은 어땠을까. 염 감독은 "어제는 꿈을 꾸지 않았다"고 싱긋 웃었다. 이 사연을 전해들은 양상문 LG 감독은 "오늘 선발이 밴 헤켄이라서 그런가 보다"고 촌평했다.
이날 넥센 선발은 최근 14경기 연속 승리를 거둔 에이스 밴 헤켄이었다. 염 감독이 패배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투수였던 셈이다.
염 감독은 "최근 2경기에서 부진했으니 오늘은 잘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밴 헤켄은 지난 8일 두산, 13일 롯데전에서 모두 5이닝 5실점했으나 타선의 도움으로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밴 헤켄은 이날 염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5⅔이닝 동안 홈런 2개 포함, 11피안타 6실점했다. 이날 타선이 3회까지 5점을 뽑아주며 변함없이 지원해줬지만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다.
5-6으로 뒤진 6회 2사 2, 3루에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넥센 구단이 세계 신기록이라고 알렸던 연속 경기 선발승이 14경기에서 멈췄다. 밴 헤켄은 5월 27일 목동 SK전부터 등판한 14번 모두 승리를 거뒀다.
결국 넥센은 5-7 역전패를 안고 연승이 중단됐다. 앞으로 밴 헤켄이 등판하는 전날도 염 감독은 어김없이 야구 경기 꿈으로 불면의 밤을 보낼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