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군인권센터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장남이 연루된 6사단 강제 추행 및 폭행 사건과 관련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남경필 경기도지사 아들의 부대 내 가혹행위 사건과 관련해 남 모 상병이 후임에게 성추행과 수십 차례 폭행을 한 사실이 군 당국의 수사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군인권센터는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익명을 요구한 한 현역 장교로부터 이메일을 통해 입수한 A4 한 장 분량의 '헌병대 속보' 기록 내용을 공개했다.
이 기록은 남 상병의 진술 내용을 압축한 것으로, 수사기록의 일부라는 게 군인권센터의 설명이다.
헌병대 기록에 따르면 남 상병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사이 생활관에서 자신의 성기를 후임인 모 일병의 엉덩이에 비비고, 후임병의 성기를 툭툭 치는 등의 행위를 했다.
또, 지난 4월 초부터 이달 초까지 경계근무지에서 '업무가 미숙하다'는 이유로 후임병을 주먹 등으로 7차례 치는 등 모두 50여 차례 폭행했다.
기록에는 특히 '사고자 불구속 조사 후 처리'라고 명시돼 있어 남 상병에 대한 군 수사당국의 불구속수사 방침도 담겼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이번 사건은 결코 경미하지 않은 강제추행과 폭행사건임에도 남 상병을 불구속 수사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봐주기 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군 당국이 초기부터 사건을 적극적이고 조직적으로 축소, 은폐하려 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또, 남 지사 기고문 논란과 관련해 "기고문을 철회할 시간이 이틀이 있었지만, 그런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이 사건을 안일하게 보거나 안 알려지면 상관없다는 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판단이 아닌지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군인권센터는 이와 함께 남 상병 사건이 2012년 발생한 임 모 상병 집단구타와 강제추행 사건과 같은 6사단에서 일어난 점을 근거로, 6사단장 보직해임과 수사 착수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