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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세월호] "왜 그렇게 죽어야 했는지 말해 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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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8-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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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규하는 유가족①] 세월호 유가족 특별기고

'잊지 않겠다'고 그토록 다짐했던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벌써 기억 저편의 '망각'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7·30 재보선이 끝나자마자 여야 정치권은 '기다렸다는 듯이', '쫓기듯이'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했다. 유가족들은 '망각'을 위한 또 다른 야합일 뿐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망각'의 대한민국…. 세월호마저 '망각'의 제물이 되고 말 것인가?[편집자주]

유경근 대변인

 

118번째 4월 16일입니다.

유민이 아빠는 29일째 단식 중입니다.

저 역시 22일간 단식을 한 후 다시 닷새 째 물도 소금도 안 먹는 단식 중입니다.

그리고 우리 희생자 가족들은 118일 째 아빠 구실, 엄마 구실 못하며 억지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진상을 규명하고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대책을 마련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적 하나로 버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희의 목적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이미 자식들 다 죽었는데 진상규명이니 안전한 나라니 하는 게 무슨 소용이냐? 보상이나 실컷 받으면 되지. 그래도 그 집 자식은 죽어서 효도했네."라고 합니다.

자기 자식을 돈과 바꿀 수 있는 패륜부모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입니다.

저희 가족들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은 '잘' 죽는 것입니다. 당장 만나러 가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여전히 우리는 아들딸들이 외로움과 공포 속에서 죽어갔던 그 현장을 지켜보기만 했던 죄인들이기 때문입니다.

광화문광장에서 27일째 단식 농성중인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가 9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특별법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죽어서 하늘나라에 있는 우리 아들딸들과 두 눈 맞추며 꼭 끌어안고 왜 그렇게 죽어가야만 했는지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참사의 원인과 진상을 알아야 합니다. 아니, 알아내야 합니다. 어느 누구도 알려주지도 않고 오히려 숨기고 속이기에 급급하기 때문에 우리는 더더욱 알아내야 합니다.

벌써부터 이러한 노력을 두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원래 그런 나라라고 말 하기도합니다.

국민들, 학자들 심지어 정치인들 가운데서도 일부가 이런 체념조의 말을 할 때마다 저희 유가족들의 걸음은 천근만근이 됩니다.

지난 4월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여객선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임시 분향소에 조문 행렬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윤창원기자

 

하지만 저희는 이 싸움이 이미 이긴 싸움이라고 생각하기에 끝까지 갈 것입니다. 이 싸움 끝에 진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단지 이 싸움의 기간은 얼마나 많은 분들이 함께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특별법의 제정만이 이 길고도 힘겨운 싸움의 끝을 재촉할 수 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그 취지에서 알 수 있듯이 유가족만을 위한 법이 아닙니다. 진상규명을 통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이 최종적인 목적입니다.

돈이 아닌 이 사회의 변화를 통해, 억울하게 스러져간 304명의 죽음을 의로운 죽음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이 사회에 만연해있는 사회의 부조리 앞에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불의를 저질러온 이들이나, 이를 알고도 모른척한 이들이나, 심지어 알려고 하지 않았던 이들조차 모두 공범입니다.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광화문에서 외치다’ 촛불 문화제 참가자들이 ‘수사권·기소권 있는 특별법 제정’, ‘야당 야합 원천 무효’ 라고 적힌 노란 손피켓과 촛불을 들고 있다. 황진환기자

 

세월호 참사이후 100여 일의 시간을 넘기면서 국민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의 제정 촉구에 점점 더 많은 뜻을 모으고 있습니다. 과거로부터 벗어나 미래로 가자고 외치고 있습니다.

이 사회의 문제를 알고 있었으나 침묵했던 학자들도 고해성사하는 심정으로 제대로 된 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학자들과 정치인들은 과거에 발목이 잡힌 채 미래로 나아가기를 꺼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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