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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손가락질 받은 국정원의 정치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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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8-0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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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사설]

국정원 전경 (자료사진)

 

전 세계의 분쟁 방지와 안보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비영리 국제기구인 국제위기그룹(ICG)이 한국의 국가정보원에 대해 정보 실패와 정보의 정치화, 그리고 국내정치 개입이라는 3대 병리현상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며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한국의 대통령이나 정부, 역대 국정원장들은 국정원의 개혁이 권력 축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진지한 국정원 개혁에 관심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대선 개입 혐의로 기소된 점을 들어 정보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금이 갔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에 대한 이런 평가는 사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국정원의 전신인 과거 중앙정보부와 안기부가 독재 권력의 보호 수단으로 유지됐고, 선거 때마다 북풍 사건이 등장했으며, 간첩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국정원의 이미지는 달라지지도 개선되지도 않았다. 지난 대선 때 댓글 사건을 일으키며 여당 후보 편들기에 나섰고,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하는 등 권력 편에 서서 정치색을 노골화 했다. 특히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은 국정원이 여전히 과거를 답습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지난달 취임한 이병기 국정원장은 정치관여라는 네 글자를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우고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할 것을 직원들에게 당부하면서 환골탈태를 다짐했지만 과거에도 말 뿐인 개혁으로 그친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으면서도 이를 견제하는 기능이 매우 취약한 근본적인 문제 때문이다. 국정원장은 인사청문회를 열 뿐 국회의 인준 과정 없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있다. ISG도 국정원장 지명자가 국회 정보위원회의 인준 과정을 거칠 것을 권고한다. 또한 국정원 내부 고발자 보호를 위한 감사관을 두고, 수사권을 대검찰청으로 옮길 것을 제안했다.

ICG가 한국의 정보기관에 관심을 갖는 것은 한국이 북한과 대립하고 있고 이것이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에서 국가 안보의 중추기관인 국정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의 붕괴와 그로 인한 갑작스러운 통일이나 군사적 충돌 같은 비상 상황에 직면할 때 고도의 정보가 필요한데 지금의 국정원은 미덥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 정치적이고 의도적인 정보 유출 가능성을 우려해 미국이 한국 정보당국과의 긴밀한 정보 공유를 꺼린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국가 안보와 관련된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정치개입이나 하고 정보를 정권의 입맛대로 이용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국정원은 이 같은 지적을 부끄럽고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정부도 국정원이 정치적 중립과 국민의 신뢰를 확립할 수 있는 제도적 바탕을 만들어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 더 이상 국정원을 정권의 소유물로 삼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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