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8월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을 거행한다.
시복식이란 신앙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순교자들을 가톨릭교회 공경의 대상이자 성인의 전 단계인 복자로 공식 선포하는 일이다.
교황이 순교자의 땅을 찾아 직접 시복미사를 거행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관례적으로 시복미사는 바티칸에서 교황청 시성성(하느님의 종들의 시복 시성을 추진하는 기관) 장관 추기경이 교황을 대리해 거행해왔다.
이날 교황은 시청에서 광화문 앞까지 퍼레이드하며 한국 신자들과 인사한 뒤 광화문 삼거리 앞 북측광장에 설치될 제대에서 시복미사를 집전한다.
미사 전에는 한국 최대 순교성지이자 이번에 시복될 124위 복자 중 가장 많은 27위가 순교한 서소문 성지도 참배한다.
광화문광장이 시복미사 장소로 결정된 것은 조선시대 의금부포도청서소문 형장 등 초대교회 순교자들이 고초를 겪고 목숨을 바친 장소들과 밀접하게 연결된 곳이기 때문이다.
또, 광화문 인근 북촌은 이번에 시복되는 중국인 주문모 야고보 신부가 성직자 없이 믿음을 이어가던 조선 땅에 처음으로 파견되어 초기 공동체를 꾸려나갔던 곳이기도 하다. 광화문을 중심으로 한국 가톨릭 신앙의 역사가 흐르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시복되는 124위는 한국 천주교 초기 순교자들로 신분사회의 사슬을 끊고 신앙 안에서 인간 존엄과 평등, 이웃사랑과 나눔의 공동체 정신을 몸소 실천한 분들이다.
조선인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 바오로를 비롯해 남성중심사회에서 여성 리더십을 발휘했던 여성회장 강완숙 골롬바, 정약용의 형이자 한글 교리서를 집필한 정약종 아우구스티노, 황일광 시몬 등이 대표적이다.
시복식 미사에서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공동집전자로 교황의 양 옆에 서게 된다.
미사에는 교황 수행단 성직자 8명과 각국 주교 60여명, 정진석 추기경을 비롯한 한국 주교단 30여명 등 100명에 가까운 주교단이 참석한다. 또한 사제 1,900여명과 사전 접수한 신자 약 17만 명이 참례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