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자료사진)
이정현 의원은 정치인으로서는 늦깎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 시절부터 대통령직인수위원회나 당내 직책을 맡긴 했지만 대부분 한직이거나 미관말직에 불과해 본격적인 정치를 시작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던 그가 정치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면서 부터다.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선대본부 전략기획단장을 맡으면서 나름대로 선거전략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으나 이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패하면서 10년 야당생활을 했고 개인적으로 국회의원직에 도전할 준비도 덜 된 상태여서 전도유망한 정치인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가 가슴속에 국회의원, 정치인의 꿈을 품고 있었을 지는 모르나 주변사람들은 국회의원으로 대성의 길을 걸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정치인생에서 변화가 시작된 것은 2003년초 무렵, 지금은 대통령이 된 박근혜 의원이 당시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로 나섰을 때 당 부대변인 직책을 갖고 박근혜 대표를 보좌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여의도 중소기업 전시관 부지에 천막당사를 설치했다가 국회앞 당사를 처분하고 염창동으로 당사를 옮긴 건 김무성 당시 사무총장이었다. 김무성 대표와의 인연도 이때부터 시작된다.
염창동 당사는 지하1층 지상 2층짜리 나지막한 건물, 하위당직자의 사무실은 지하에 위치했고 이정현 의원의 방은 지하로 내려가서도 복도 끝에 위치해 있었다. 이 의원은 당시 날마다 야근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정치현안에 대한 학습열이 대단했다.
그가 비례대표 의원으로 원내에 입성했을 때 기자가 물었다. "이정현 의원은 어떻게 박근혜 대표의 생각을 그렇게 꿰고 있어요?". 이 의원은 "박근혜 대표가 내뱉은 말이나 신문 지면에 나온 기사는 모조리 외웠다, 대표를 잘 보좌하기 위해서는 대표가 한 말과 생각까지 파악하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관이면 경제관, 정치관, 인사스타일, 북한문제에 대한 시각, 심지어 취향까지 꿰고 있다보니 늘 준비된 상태였다는 것이 그의 회고였다.
최근 만난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이정현 의원이 학벌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머리가 천재인 것도 아니고 백그라운드가 좋은 것도 아니지만 대단히 부지런하고 무엇을 하고자하는 열정이 대단한 사람이다"라며 "무관 시절 그는 현안을 파악하기 위해 신문을 통째로 외우곤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어떤 사람은 정치입문을 위해 좋은 백을 찾는가 하면 다른 사람들은 돈을 벌고 또 다른 사람들은 경력관리에 열심이지만 이 의원은 현실 정치에 대한 지식을 무식할 정도로 축적하는 길을 택하고자 했는 지 모르겠다.
이런 그의 열정은 의정활동에서도 선거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7.30재보선이 끝나자 새누리당은 11명의 당선자를 모두 중앙당으로 불러 올렸다. 인사를 겸한 축하의 자리를 만들 목적이었다.
모든 당선자들이 당에 모습을 보였지만 이정현, 나경원 두 당선자는 불참했다. 9명의 당선자들이 국회에서 대표와 사진을 찍고 승리감에 빠져있을 무렵, 이정현 당선자는 이웃 아저씨 같은 허름한 옷차림으로 전라남도 곡성과 순천을 누볐다.
골목골목에서 만난 사람들을 붙잡고 감사의 인사를 건네면서 "제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기울이겠노라"라고 당선사례를 돌았던 것이다. 새누리당 당인으로서 전라남도에서 원내에 진입하는 새로운 역사를 쓴 성취감에 취할 법도 하지만 오히려 더 낮은 자세로 민생 속으로 들어갔다.
이정현을 대하는 지역구민들, 저 사람은 반드시 약속은 지키겠구나 믿음을 갖지 않았을까? 당선인사를 돌던 때 전화통화가 이뤄져 이정현 당선자에게 물어봤다. "선거 때 보니까 세금폭탄론이 회자되던데 도대체 그 지역에다 무슨 약속을 했어요?"라고. 이정현 당선자는 "순천대 의대 유치와 순천만 정원의 국가 정원화,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기업 유치가 가장 큰 공약이야"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공약 반드시 지킬거야"라고 덧붙였다.
이정현 당선자는 지역구도를 깬 상징으로 부상한 걸 의식한 듯 "앞으로 지역구도 타파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서 당 내부에서 어떤 역할 어떤 정치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 정부에 대해서 어떤 누구보다 잘 알고 성공을 위해서 공동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당정, 당청간, 대야관계에서 자발적인 소통창구역할을 적극적으로 해볼 생각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국회개혁에 대한 생각의 일단도 밝혔다. 그는 "국회 개혁에 좀 적극적으로 나서볼 생각이다"며 "인사청문회 하는 고위공직자에게 적용되는 직무능력 도덕성이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거꾸로 적용돼도 당당할 수 있는 국회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치인 이정현에게는 늘 박근혜의 그림자 보좌란 말이 수식어 처럼 따라 붙었지만 태어난 고향에서 뿌리깊은 지역구도를 뚫고 의원에 당선되면서 그는 지역구도를 깬 정치인 이정현으로 거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