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아무런 준비 없이 요식업 사업을 시작했던 여인이 있었다. 비싼 임대료를 내고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로에 들어왔지만 월 4천만 원 적자가 1년 넘게 지속됐다. 벼랑 끝이었지만 멈출 수도 없었고 멈춰서도 안 됐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분야를 철저하게 공부하기 시작했다.
10년이 흘렀다. 약 20억 원을 쏟아 부으며 달려왔던 육경희 대표는 이제 대학로에서 알아주는 요식업 사업가로 성장했다. 그녀가 삼고초려는 물론이고 '십고초려' 끝에 얻은 박인규 셰프의 피자집 핏제리아 오는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벼랑 끝에 선 육경희 대표가 대학로에서 성공한 비결은 도대체 뭘까? 그리고 그녀가 그토록 원했던 박인규 셰프는 누구일까? 한국형 장사의 신 제작진이 대학로에서 두 사람을 만나 봤다.
핏제리아 오의 스텔라 피자. 별모양을 내기 위해 일반 피자보다 세배의 조리 시간이 걸린다.
■ 1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벼랑 끝에서 어떻게 탈출했나?육경희 : 돌이켜 보니 약 20억 원을 수업료로 낸 샘이 된 것 같다. 10년 전, 처음 식당을 할 때 외식이란 것을 몰랐다. 고객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장사하다 보니 외면당했다. 월 임대료가 3천 만 원인데 일 매출이 백만 원도 넘지 못하다 보니 적자가 불어났다. 그걸 1년 가까이 끌어가면 누구나 끝까지 견뎌내기 어려울 것이다.
■ 그래서 식당을 그만뒀나?아니다. 벼랑 끝이었기에 멈출 수도 없었고 멈춰서도 안 됐다. 그때부터 음식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서점에 가서 관련 서적을 공부하고 낮에는 현장을 익혔다. 대학로와 우리 가게에 가장 적합한 비법을 찾아내기 위해 미친 듯이 공부하고 경험했다. 대학로는 20대에서 30대가 주류이기에 그들에게 적합한 모습으로 바꿔갔다. 결국, 그런 노력이 대학로에서 최적화 된 식당을 만들어 냈다. 심지어 가격까지 그들에게 맞췄다.
핏제리아 오의 까르보나라. 맛은 물론이고 푸짐한 양이 인상 깊다.
■ 핏제리아 오는 굉장히 빨리 성공한 것 같다?
글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피자집을 준비하는 데만 1년이 걸렸고 최적의 스텝을 찾기 위해 직접 손을 내밀고 설득했다. 심지어 이탈리아까지 갔다. 나는 국내 피자집을 모두 돌아보고 맛봤다. 요리에 쓸 재료를 위해 따로 농장을 사서 준비까지 했다. 우리는 굉장히 오랜 시간을 고민하고 준비했다. 그래도 짧게 느껴지나?(웃음).
■ 핏제리아 오만의 차별화는 어떤 것이었나?제일 먼저 대학로란 입지 조건 파악이었다. 젊은층이 타깃이었고 그들에게 이태리 음식이 고가란 인식에서 탈피시켜 줄 필요성이 있었다. 비싼 레스토랑 음식을 대학로에서 먹을 수 있게 음식의 가치는 높이고 가격은 내리는 것이 핵심이었다. 두 번째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인테리어였다. 국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접시, 소품들을 들여와 가게를 꾸몄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손님들이 신기해했다. 마지막으로 '십고초려' 끝에 얻은 박인규 셰프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요식업으로 대학로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육경희 대표. 그녀는 대학로에 최적화된 메뉴로 젊은층을 사로잡았다.
■ 왜 박인규 셰프였나?이탈리아 피자집을 구상하면서 우연히 박인규란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만 해도 박인규 셰프는 이탈리아에서 오랫동안 공부했고 이미 유명한 파스타 전문 셰프였다. 그래서 이탈리아로 가서 그의 피자를 맛을 봤는데 '이 사람이다' 싶었다. 맛도 맛이지만 특히 그의 선한 인품에 매료됐다. 내가 원하는 음식은 누구나 모난 음식이 아니고 누구나 사랑할 수 있는 음식인데 박 셰프가 적격이었다. 자만하지 않고 겸손하고 성실한 그 모습에 반해 그날부터 계속해서 들이댔다. 물론 티 나지 않게 조금씩, 조금씩.
■ 박인규 셰프에게 묻는다. 당신은 파스타 요리 전문가 아닌가?박인규 : 맞다. 난 파스타 전문이다.
박인규 셰프의 이탈리아 유학 스토리가 담긴 돌체 피자. 피자 위에 올려진 초콜릿과 바나나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 그런데 왜 피자 요리를 했나?처음에는 안 한다고 했다. 그런데 대표님에게 넘어가 지금 이렇게 하고 있다(웃음). 유학생이다 보니 방값도 내야 되고 생활비도 필요했다. 외국인이 이탈리아에서 공부할 때 일반 요리는 무임금으로 배워야 한다. 하지만 피자나 파니니는 거센 불과 함께하는 요리라 외국인에게도 임금을 준다. 그래서 피자 일을 시작했다. 그때는 피자가 내 길과 다른 길이기에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대표님의 열정에 반했다. 대부분 외식하는 오너들은 돈을 벌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하는데 대표님은 정말 맛있는 요리를 하기 위해 뛰어다녔다. 그 열정에 반해 합류하게 됐다.
■ 원가 높은 재료를 사용하고 저렴하게 내놓는 데 문제는 없나?핏제리아 오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질은 높이고 가격은 낮추고. 대표님의 마인드가 그렇다 보니 이윤을 적게 남기더라도 크고 푸짐한 요리를 대접했다. 그런 부분은 전혀 문제가 없다. 맛있으면 그만이다.
상큼한 야채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오 피자.
■ 파스타와 피자 모두 잘 만든다. 본인 요리의 장점은 뭔가?나는 요리에 스토리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번에 나오는 초콜릿 피자도 이탈리아에서 일하던 시절 일 끝나고 배고플 때 직원들끼리 먹던 간식이다. 꺼진 불에 남은 도우를 구워 내고 초콜릿을 바른 뒤 김밥처럼 말아서 먹는 것이다. 이처럼 교범이나 레시피에 있는 음식이 아닌 내가 경험한 스토리가 있는, 나만의 음식을 선보이는 게 장점인 것 같다. 물론 기본적으로 맛은 있어야 된다(웃음).
■ 당신의 꿈은 뭔가?음...실현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이탈리아 요리 유학에 관한 것이다. 많은 후배가 내가 유학을 다녀 왔다 하면 자기 자신도 어느 순간 유학을 가려고 꿈을 키운다. 그런데 경제적인 문제로 고민하게 된다. 거긴 비싸고 문도 좁다. 그래서 나는 이탈리아에서 오랫동안 공부했기 그 경험을 살려 후배들이 요리와 함께 이탈리아 문화를 같이 배우는 교류의 장을 열어보고 싶다.
실력과 인품을 겸비한 핏제리아 오 박인규 셰프.
◇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의 ‘핏제리아 오’ 평가
김유진 : 이곳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세 가지 이유를 들겠다. 첫째, 엄청난 수업료를 내고 망해 본 경험이다. 대부분 실패한 식당은 그 원인을 손님에게 돌린다. 하지만 내 단점을 느끼게 되고 그걸 극복하면 엄청난 도움이 된다.
두 번째는 R&D다. 반도체에만 알엔디가 있는 것이 아니다. 나와 같이 일하는 직원들을 끊임없이 재교육 시키고 그들에게 재투자하는 것이 두 번째 성공 요인이다.
세 번째는 철저하게 가게를 방문하는 타깃에 맞춘 것이다. 대부분 잘 나가는 셰프는 자기가 잘하는 음식에 대중이 맞추길 바란다. 하지만 이곳은 스타셰프임에도 그것을 과감히 버리고 대학로 타깃을 위한 맛을 찾아냈다.
◇ 한국형 장사의 신 취재진이 전하는 ‘핏제리아 오’의 성공 비법식당의 불문율 중의 하나는 오너가 주방을 잡지 않으면 가게가 오래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핏제리아 오의 육경희 대표는 주방을 박인규 셰프에게 전담시켰다. 이후 레스토랑이 성공하면 대다수 셰프가 딴마음을 품게 마련이다.
하지만 육경희 대표가 추구하는 맛에 대한 열정이 셰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치 유비가 '힘'이 아닌 '인'으로 제갈량을 얻은 것과 같다고 할까?
핏제리아 오의 해물 파스타인 감베리. 싱싱한 해산물을 풍부하게 사용한다.
핏제리아 오 위치서울특별시 종로구 서울 종로구 동숭길 48
진행 –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
취재 – CBS 스마트뉴스팀 김기현PD, 박기묵 기자
[YouTube 영상보기] [무료 구독하기] [nocutV 바로가기] [Podcast 다운로드]대한민국 직장인은 누구나 사장을 꿈꾼다. 그중에서도 요식업은 누구나 쉽게 생각하고 대박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대박 성공 확률 1%. 도대체 요식업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지금부터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와 취재진이 대한민국에서 요식업으로 성공한 '장사의 신'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성공 비결을 파헤쳐보려고 한다. 요식업, 두드려라! 그럼 열릴 것이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