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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해경 123정은 왜 항해일지를 조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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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해경이 세발짝만 더 들어갔더라면 퇴선방송 할 수 있었다"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침몰한 세월호 (사진=해경 제공)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하던 당시 사고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배가 목포해경 소속 123경비정이다.

해경 123경비정은 세월호 침몰 당시 현장에서 세월호 선원들만 구조한 뒤 적극적인 구조를 하지 않고 탈출하라는 방송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해경 123정은 사고 당시의 항해일지를 조작해 퇴선방송을 하고 선내진입 지시를 한 것처럼 꾸몄다가 검찰수사에서 적발됐다.

검찰은 해경 123정장 김경일 경위에 대해 공용서류 손상 및 허위 공문서 작성과 행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해경 123 경비정은 왜 항해일지를 조작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구조작업 중인 해경 123정 (사진=해경 제공 영상 화면 캡처)

 

▶ 항해일지를 어떻게 조작했다는 것이냐?

=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123 경비정은 세월호가 침몰하던 당시 가장 먼저 현장에 출동해 구조 활동을 폈다. 그런데 선내진입도 하지 않았고 퇴선 하라는 방송도 하지 않았다. 해경 123정은 확성기로 방송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123정에서 찍은 동영상에는 퇴선방송을 하는 장면이나 소리가 전혀 없었다.

당연히 처음 항해일지에는 퇴선명령이나 퇴선방송을 했다는 내용이 기재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감사원 감사와 검찰수사과정에서 항해일지에 123정장이 퇴선명령도 하고 퇴선방송도 했으며 선내진입지시도 한 것처럼 기재한 것이다.

해경 123정은 세월호가 침몰하던 4월 16일 당시 작성된 함정일지를 찢어낸 뒤 '현장에 도착한 오전 9시 30분부터 5분간 퇴선방송을 했다', '9시 47분 123정 승조원들이 줄을 연결해 선내 진입을 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을 허위로 적어 넣은 것으로 검찰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수사결과 목포해경 123경비정 정장과 승조원들은 참사 발생 열흘째인 4월 25일부터 본격적으로 '항해일지'조작을 모의했으며, 조작된 내용에 따라 언론인터뷰를 하고 감사원 감사에 임했던 것이다. 4월 25일은 합동수사본부가 해경에 대한 수사를 예고한 날이다.

검찰은 123정 정장 김경일 경위의 노트북에서 구조 과정을 허위로 정리해놓은 문서 파일을 확보했으며 승조원들로부터 모의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관계자는 "처음에는 정장이나 승조원 모두 입을 맞춰 퇴선방송을 했다고 진술하다가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정장이 시키는 대로 진술했다', '퇴선방송을 들은 적 없다'고 진술을 바꿨다"고 말했다.

'항해일지'는 구체적으로 '항해와 정박일지'로 '항박일지'라고도 한다.

목포해경 소속 경비정 123정(100t) 김경일 정장이 지난 4월 28일 전남 진도 서망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월호 침몰과 초기 구조활동 당시 상황에 대해 밝히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해경 123 경비정 정장이 손도끼를 들고 나와서 기자회견까지 하지 않았나?

= 그랬다. 해경 123정 정장 김경일 경위는 4월 28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퇴선방송도 했고 적극적으로 구조 활동을 폈다고 주장했다.

김 정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도착과 동시에 단정을 내렸고 함내 방송장비로 방송을 수차례 했다"면서 "'승객 여러분 총원 바다에 뛰어내리십시오, 퇴선하십시오'라는 탈출 안내 방송을 5분간 했다"고 밝혔다.

김 정장은 당시 기자들이 '퇴선하라는 방송이 들리지 않았다?'라고 물으니까 "직원을 시켜서 하라고 했다"고 했다가 "직접 방송을 했다"고 말했다.

검찰수사결과 해경 123 정장의 기자회견은 대국민 사기극으로 드러난 것이다.

▶ 그렇다면 해경은 왜 항해일지를 조작한 것이냐?

= 해경의 잘못을 숨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해경 123정이 가장 먼저 현장에 출동해서 선내진입도 하지 않고 퇴선방송도 하지 않은 채 선원들만 구조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도 "당시 해경이 조타실까지 갔다. 세 발짝만 더 들어갔으면 퇴선방송을 할 수 있었다. 퇴선방송만 했더라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사를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5월 19일 대국민담화에서 '해경 해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배경도 해경의 구조 소홀 바로 이 장면 때문이었다.

감사원 감사와 검찰의 수사가 예정된 상황에서 해경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항해일지를 조작하면서까지 퇴선안내방송을 한 것처럼 꾸몄을 것이다.

검찰은 선내진입지시나 퇴선방송 등 자신이 해야 할 임무를 하지 않은 게 찜찜하니까 한 것처럼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처음 일지에는 그런 게 없었는데 나중에 조사받을 생각을 하니까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안 될 것 같으니까 선내진입지시도 퇴선명령도 퇴선방송도 했다고 집어넣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김경일 정장은 아직도 항해일지 조작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정장은 아직도 직원들이 나에게만 뒤집어씌우려고 한다. 부하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며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포해경 소속 경비정 123정(100t) 김경일 정장이 지난 4월 28일 전남 진도 서망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월호 침몰과 초기 구조활동 당시 상황에 대해 밝히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항해일지 조작을 정장 개인이 주도한 것이냐?

= 검찰은 일단 123 경비정 정장과 승조원들이 모의해서 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정장 단독으로 항해일지를 조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항해일지만 조작한데 그치지 않고 기자회견을 통해 퇴선 안내방송을 했다고 당당하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에서 경위인 경비정 정장이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할 수는 없다. 손도끼와 망치를 들고 나와서 적극적으로 구조를 했으며 자신이 직접 퇴선안내방송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재연하기까지 했다.

이런 기자회견을 하려면 윗선의 지시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해경 123정이 항해일지를 조작하고 기자회견을 하는 과정에 해경지휘부의 개입 여부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김 정장의 업무 수첩에는 "검찰 수사에 대비하자"는 내용도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정장을 구속한 뒤 윗선의 개입 여부를 수사할 방침이었지만 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검찰의 수사팀 관계자는 영장이 기각되기 전 "항해일지 조작이나 기자회견이 어떤 경위로 이뤄졌는지? 윗선의 개입 여부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왜 기각된 거냐?

=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가 좀 특이하다.

광주지법 영장 전담 권태형 부장판사는 검찰이 김 정장에 대해 공용서류 손상 및 허위 공문서 작성과 행사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증거인멸과 도주 염려가 없고 영장에 기재한 피의사실만으로는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없다"는 건 일반적인 구속영장 기각사유지만 "기재한 피의사실만으로는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건 의외의 사유이다.

광주지법 한지형 공보판사는 "항해일지를 찢고 조작한 행위만으로는 구속영장을 발부할 필요성이나 상당성이 낮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법원에서 적극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라는 취지가 아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슨 얘기냐 하면 항해일지를 찢고 조작한 것보다는 구조행위를 소홀히 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라는 취지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검찰이 김 정장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다면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사유가 '범죄혐의의 중대성에 비추어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로 됐을 것이고 법원도 영장을 기각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자료사진)

 

▶ 그러면 영장을 재청구하나?

= 검찰은 해경 123정 김경일 정장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문제는 수사팀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이 구호조치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은 전례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면서 "수사팀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럼에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걸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공무원들의 의식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좀 엄하게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이 다수"라고 전했다.

사실 검찰은 김 정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당혹해하고 있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당황스럽다"면서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공용서류 손상과 허위공문서 작성이지만 영장 내용에는 김 정장이 뭘 잘못했는지, 그 잘못으로 인한 피해가 무엇인지 상세히 들어있는데도 영장을 기각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단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 청구한다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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