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이 26일 GS칼텍스와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 대회' 준결승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안산=발리볼코리아 제공)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가 진행 중인 26일 안산 상록수체육관. 이날은 흥국생명-GS칼텍스의 여자부 4강전이 열렸다.
경기 전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결전을 앞둔 사령탑치고는 부드러운 표정에 여유가 묻어났다. 박 감독은 "대회 전 목표는 성적을 떠나 선수들의 자신감 회복이었는데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아 기쁘다"고 미소를 지었다.
최근 흥국생명은 명문팀의 자존심을 구겼다. V리그 통산 3번의 우승을 거뒀지만 지난 시즌 최하위를 비롯해 최근 세 시즌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김연경의 이적 문제를 놓고 구단이 홍역을 치르면서 선수단 분위기도 흐트러졌다. 잦은 사령탑 교체에 선수 보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기도 저하됐다.
하지만 지난 시즌 뒤 박 감독이 부임하면서 무기력했던 선수단이 바뀌기 시작했다. 질책보다 언니처럼 선수들을 보듬는 박 감독의 리더십이 녹아들었다. 센터 김수지와 레프트 신연경이 가세하면서 전력도 보강됐다.
자신감은 경기에서도 드러났다. 조별리그에서 IBK기업은행과 현대건설을 잇따라 누르고 B조 1위로 4강에 올랐다.
'우리도 이제 할 수 있다고요' 흥국생명 김혜진(오른쪽)이 26일 GS칼텍스와 컵대회 4강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박성희 등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안산=발리볼코리아 제공)
다만 이날 지난해 V리그 우승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GS칼텍스에 2-3(26-24 25-22 25-27 10-15) 역전패를 안았다. GS칼텍스는 전날 도로공사를 누른 현대건설과 27일 결승전에서 쟁패한다.
잘 나갔던 흥국생명은 부상 악재를 극복하지 못했다. 주전 레프트 신연경이 1세트 후반 부상으로 빠지게 된 것. 신연경은 19-18로 앞선 상황에서 왼무릎을 다쳐 들것에 실려나갔다.
그럼에도 흥국생명은 듀스까지 가는 접전 끝에 1세트를 따냈다. 24-24에서 박성희의 시간차와 조송희의 서브 에이스로 1세트를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2세트까지 가져오며 승기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끝내 고비에서 무너졌다. 초반 4-9까지 뒤지다 전세를 뒤집은 4세트를 내준 게 뼈아팠다. 22-19까지 앞섰던 흥국생명은 집중력이 흔들리며 듀스를 허용한 끝에 동세트를 허용했다.
결국 5세트 잇따라 서브 에이스를 허용, 경기를 내줬다. 센터 김혜진이 양 팀 최다 4블로킹에 승부처마다 값진 이동 공격 등 팀 내 최다 18점을 올리며 분전했다. 박성희도 18점으로 힘을 보탰지만 역부족이었다.
경기 후 박미희 감독은 "신연경이 빠지면서 리시브가 흔들렸다"면서 "두 세트를 먼저 따냈는데 아쉽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져도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나섰다"면서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가 됐을 것이고 나도 첫 대회에서 많이 채웠다"고 덧붙였다.
GS칼텍스는 지난 시즌 V리그 우승팀의 저력을 확인했다. 주축인 한송이, 배유나가 대표팀 차출로 빠졌지만 신인왕 출신 이소영과 도로공사에서 이적해온 표승주 쌍포가 건재했다. 이소영은 이날 양 팀 최다 28점을, 표승주도 23점을 올렸다.
A조 2위로 4강에 오른 GS칼텍스는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이선구 감독의 공백에도 2012년 우승 이후 2년 만에 결승에 올랐다. 이날 대표팀의 오전 훈련을 마친 이 감독은 코트가 아닌 관중석에서 흐뭇하게 팀 승리를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