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유병언 은신 별장 압수수색. (사진=전남CBS 최창민 기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변사체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정밀 재감식에도 사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제 다시 공이 전남 순천경찰서로 넘겨졌다.
25일 전남 순천경찰서는 국과수의 '사인 판명 불가' 발표 이후 청사 내 대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수사방향과 계획 등을 설명했다.
수사본부장을 맡은 김규현 전남경찰청 1부장은 "어제 수색작업 중 안경이 발견돼 많은 기대를 했지만, 밭 소유자의 것으로 판명됐다"며 "스쿠알렌병, 육포 껍질 등 발견된 유류품 중 대조 가능성이 있는 것을 중점적으로 수색활동을 펴고 있다. 안경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미 구속된 여비서 신모 씨 등 도피 조력자들이 유 씨 사망 이후 심경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재진술을 들을 계획이다.
또한 유대균, 박숙자 등 수배자를 통해 유 씨의 마지막 행적과 사인규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검거에도 주력하는 한편, 인근 경비시설이나 CCTV 등 영상 자료에 침입 흔적이 있는지도 확인 중이다.
이날 브리핑에서 경찰의 변사체 발견 초기 대응 미숙이 또다시 드러났다.
경찰이 유 씨의 유류품 가운데 아직 수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지팡이를 변사체 수습 과정에서 회수했지만 이동 중에 잃어버린 것.
최삼동 순천경찰서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벙거지 모자는 현장에서 회수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한 상태"라며 "지팡이는 당시 사진에서 보듯이 현장에 있었지만 우리가 회수를 해서 들고 오다가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곽문준 순천서 형사과장은 "당시에 지팡이를 가져오지 못한 것은 맞다"며 "최초로 본 사람과 담당 수사관 등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따로 과정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이 수색과정에서 발견해 유 씨의 유류품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안경은 매실밭 주인의 것으로 드러났다.
향후 수사계획에 대해 최 서장은 "변사자 주변으로 수색범위를 넓혀가고 광범위한 탐문 중심의 수사활동이 중점이 될 것"이라며 "사체에만 사인이 있는 게 아니다. 수사를 통해 사인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과수가 정밀 재감식에도 사인 불명 판정을 내리면서 이제 사건 규명은 경찰에 넘겨졌지만 최소 50일 전 숨진 유 씨의 사인 규명이 수색과 탐문 중심의 수사로는 한계가 있어 미궁에 빠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